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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바다 May 14. 2024

많이 아팠지? 이제 나에게 내 마음에게 더 잘할게.

in Nha Trang

어제 점심을 먹는 도중 역대급 현타가 왔다.

뭐랄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 

지금 뭐 하고 있지? 이게 뭐 하는 거야? 

이런 기분, 느낌 말이다.

이게 공황장애인가? 조울증? 이런 건가?


밥 먹다 말고 호텔 가서 열심히 찾아봤다.

이게 뭔지. 영상을 틀자마자. 잘 사는 기준이 뭔데?라고

장동선 교수? 학자? 분이 묻는 영상으로 시작했다.

바로 눈물이 쏟아지며 펑펑 울었다.

세상이 떠나갈 듯이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

호텔에 혼자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길까 싶어

무작정 뛰쳐나왔다.


뜨거운 햇살에 걸었으나 아직 덜 치유되었는지

식은땀이 손발에 흥건했다.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가 이런 것인가?! 제대로 현타 왔다.


약 20년 전,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날뻔했다.

그 몇 달 동안은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은 가출을 시작으로 약 한 달간, 학교도 가지 않은 채 방황했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학교도 가지 않고 간다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쭉 잤다.

집에 오면 바로 잤다. 그렇게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잔 것 같다.


우리 엄마와 아빠의 헌신과 사랑으로 극복했다.

병원에 다니며 처방약을 꾸준히 먹고 상담받았으며,

요가원에서의 수련, 요가, 명상, 청소년 센터 상담,

스님과의 대화 등으로 천천히 치유했다.


나로 인해 고생한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니 또다시 눈물이 고인다.

어린아이 마음병을, 사지멀쩡한 매일 누워있는 청소년을

간호하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땐 자살하려고 바다에도 뛰어들었고(다행히 수영을 잘하는 편)

타이레놀도 대량으로 구매했다. 다량으로 먹으면 3~4시간 후 죽음에 이른다..

그때도 다행히 자기 전, 나 몰래 가방을 검사해 뭐라고 물어보셨다.

그날 가방의 약들을 보지 않고 다음날로 넘어갔다면 난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내 인생의 구원자다. 은인이다. (근데 지금 하는 걸 보면 왜?ㅠ 효도하자)


그렇게 정확히 조울증이라고 자가진단한다.

다음 주 목요일! 

한국 도착하자마자 병원 가자. 상담받자. 치료하자. 치유하자.

한 번 이겨낸 만큼 나는 또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잘 이겨낼 것이다.


내가 꿈꾸던 미래의 삶과 계획들이 모조리 물거품으로 된 현재,

금전적, 사회적 위치가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 취직의 연속적 실패, 불안정한 미래, 무자본의 현실,

더 이상 미국에서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현실,

최근 여자친구와의 결별, 시련, 외로움 등이 이유다.


일 년 전,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외부 정신상담를 받았었다.

그때는 가끔 왜 우울하지? 의 가벼움으로 상담사에게 상담했던 거라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물론, 상담 후 엄청난 긍정의 기운을 얻으며 확실하게 치료되었다.


그렇게 10개월 지난 지금.

놀러 온 곳에서 조울증이 터지고 몸으로 반응이 오니, 심각성을 깨닫는다.

오늘 당장 한국 가는 티켓도 알아봤다.

하지만 간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게 현재의 생각.

상담사, 병원은 이미 다 차서 몇 주간 예약이 불가!

글을 다 쓰면 병원부터 예약하자.


그렇게 나는 심호흡을 하였고 무조건 걸었다.

몸을 움직여야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기에!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또 걷고 벤치에 앉아 잠깐 눈도 부쳤다.


호텔 도착 후, 바로 "우울에서 벗어나는 64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담았다.

나는 꼭, 반드시 이 우울, 조울증에서 벗어나고 나아질 것이다.


'나 돌보기에 소홀해서 미안해. 

많이 아팠지? 이제 나에게 내 마음에게 더 잘할게.

믿어줘. 나를. 그리고 고마워. 잘 버텨줘서. 앞으로도 그렇게 해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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