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찐옥택연
꽤 오랫동안 라디오를 들어왔다.
중학교 2학년 때, KBS 클래식 fm 93.9 주파수로 열심히 애청하다가 새벽 감성으로 재즈 수첩까지 들었다. 대략 새벽 2시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모두가 나름 공부한다고 지니고 다니던 '전자수첩'으로 말이다.
어느 순간 전자수첩의 용도는 라디오였고, 중 3 끝날 무렵엔 선생님 몰래 이어폰으로 라디오 컬투쇼를 듣곤 했다. 그때는 간이 조금 부었었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공부하면서 듣기 좋은 경음악으로 계속 클래식을 들었다. 그리고 허세로 공부 집중 잘하는 비결이 뭐니? 하고 물으면
"저는 클래식 들으면서 공부해요"
하고 약간 코웃음을 쳤었다. ㅋㅋㅋㅋㅋ 그 대답은 꽤나 있어 보여서 다들 우와~ 하는 반응을 보였고, 누가 클래식 좀 아니? 하고 물으면 사실 엘가의 사랑의 인사 아는 수준인데, 막 아는 척을 했다. ㅎㅎ
대학생이 된 후로는 아주 우연히 MBC mini 어플로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를 듣게 되었다. 옥상달빛은 이동욱의 브이 앱 라디오를 듣다가 게스트로 나와서 알게 된 가수였고, 심지어 그 유명한 힐링송 '수고했어, 오늘도' 조차 몰랐었다. (죄송합니다 옥자키자키 달자키자키님)
그런데 라디오 dj를 너무 재밌게 하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되었다. 항상 라디오는 듣다 보면 질리는 구간이 생겨 탈주(?)하게 되었는데, 재치 있는 입담과 공감해주는 리액션이 참 따뜻하셔서 듣다 보니 저절로 힐링, 또 잔잔한 웃음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마침 오후 10시 11시 이때쯤 하다 보니 더욱 듣기 안성맞춤인 시간대였다. 그 후로 몇 년은 크리스마스도 옥상달빛과, 새해 첫날 맞이도 옥상달빛과 했는데 감회가 새롭고 막 외롭지 않은 기분이 들어 정말 좋았다.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라디오에서는 애청자를
'옥택연'으로 부르는데, 나 역시 인정해줄진 모르지만
자체 '옥택연'이다. 네임 센스도 이렇게 너무 좋으시다.
‘옥택연'답게 mini 어플에 열심히 댓글도 달았는데, 가끔 생각 없이 단 댓글을 읽어주실 때가 있다. 그 글에 호응도 해주시면 정말 날아갈 듯이 기쁘다 ㅠㅠ
최근에는 임용고시 공부 후 바쁜 일상으로 라디오를
6개월간 끊었었다.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들어가서 10분 정도 듣다가, 졸음과 깸을 반복했다. 하는 수 없이 자려는 순간, 오늘 주제를 보니 '나의 자신감을 up 시켜주는 노래'였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떨어져 조금 무기력했던 그날, 주제를 보자마자 어릴 적 나의 자신감을 up 시켜줬던 노래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그 즉시 노래를 추천하는 글을 남겼고, 글을 달자마다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어라? 이게 뭐지? 출근 버스에서 갑자기 이상한
문자 메시지를 발견했다.
'아니, 어젯밤 내가 신청한 노래를 틀어주셨단 말인가?'
심장이 막 두근댔고 설레고 기분이 묘했다.
난 듣지도 못하고 잤는데.. 이게 뭐람.. 팟캐스트를 당장 들어보고 싶었지만 학교에선 틀어볼 수 없어 궁금증을 끌어안고 저녁 무렵 들어봤다. 진짜로 김윤주 님이 내 사연을 읽어주셨고, 노래도 틀어주신 것이다. ㅎㅎ
정말 행복했고 막 부끄럽기도 하고 참 좋았다. 누군가 들으면, 에이 그게 뭘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반복적인 내 일상에 이런 이벤트적인 일은 언제나
환영, 기쁨 그 자체였다.
아쉽게 실시간으로 라디오를 통해 사연과 노래를 듣지는 못했지만ㅋㅋㅋ 뒤늦게 알게 된 점이 우습기도 하고 또 예상치 못했던 행운이라 더욱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내가 신청한 노래는 김동률의 <jump>이다.
김동률 님의 여러 띵곡 중에서도, 내가 거의 최고라고 꼽는 노래이다. 가사를 들으면 막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특히 축 처질 때 들으면 어깨를 쫙 펼쳐야 될 것만 같은 말 그대로 up 시켜주는 곡이다.
마음이 지친 많은 사람들이 듣고 가슴속 숨어있던 열망을 꿈틀꿈틀 끄집어내길 바라는 마음에 링크와 가사를 달았다. 많은 어른들이 인생에서 숱한 '노잼 시기'와 열정이 사라진 허무한 시기를 거칠 것이라 여겨지는데, 그 순간들을 무너진 채로 두지 말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뭐든 귀찮아하기보다는 시간이 있을 때 아껴 쓰고, 그 무료함조차 계획된 무료함으로 마음에 여유를 가진 일상을 살기를 바란다. 이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이끄는 삶을
살기 위해서.
https://www.youtube.com/watch?v=Sb-YMKBbX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