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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 Nov 08. 2021

농장 RPG의 끝판왕, 스타듀밸리

밤을 샐 수 밖에 없는 농부의 삶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귀농 RPG게임, 스타듀밸리.

어릴 적부터 웬만한 농장 게임은 다 해본 것 같다. 폴더폰 시절에 여자애들 사이로 정말 핫했던 더팜M부터, 터치폰과 구글플레이스토어가 보급되면서 타이니팜, 에브리타운 등 확장형 농장게임을 즐겨했다. 확실히 손으로 터치가 가능하자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노가다 작업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초중등 시절을 보내고, 몇 년 전 추억의 게임인 더팜M이 모바일 게임으로 부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광고를 보자마자 사전예약을 걸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오픈날만을 기다렸다. 그 당시 폴더폰을 고사리손으로 하다보니, 그것도 엄마가 허락한 휴대폰 사용 시간에만 쓰다보니 선물공세를 하던 썸남에게 고백하기 직전 끝을 내버렸다. 그래서 이후 결혼까지 갔다는 친구말을 듣고 더더욱 이를 갈며 게임을 시작했다. 씨앗을 뿌리고 물도 주고 주변 강가에서 낚시도 하고 힐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아뿔싸. 게임을 한지 몇 분이나 흘렀을까.


갑자기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10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게임상에선 하루가 흘렀고 새로운 퀘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웬일인지 어릴 적 설레는 마음으로 즐겼던 모바일 게임이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유튜브 보는 게 더 재밌겠어. 완전히 동기부여와 목적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게임이었는데, 아주 공허한 기분으로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농장형 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며, 모바일로 새롭게 등장한 <동물의 숲, 포켓캠프> 버전을 시작했다. 동물의 숲은 비슷한 계열의 생존형 RPG이지만,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마을의 동물들과 친목질을 하는 그 자체가 재미있다. 예전 닌텐도 Wii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을 즐겨했던 터라 동물의 숲 고유의 감성 역시 참 힐링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작년 겨울즈음인가 동생이 STEAM에서 출시된 군침도는 게임을 하나 발견했다고 가져왔다. 그 당시 게임 유튜버들 사이에 핫했던 게임이 바로 '스타듀밸리'였던 모양이다. 알고보니 대학 동기는 이미 그 게임을 진작에 깔아 결혼에다 이혼까지 한 상태였다. 결국 임용고시 공부시작과 동시에 '스타듀밸리'를 구매했다.


둔두둔둔 둔두둔둔 뚜두뚜두두뚜두둔~ 이런 오프닝 노래가 나온다. 아주 정겹고 구수하다.


이제 이 시작 화면만 봐도 두근거린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협동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4명까지 할 수 있어서 생존형 게임의 최대 단점인, 플레이 초반 열악한 재정상황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장점은, 축산업도 가능하다는 것. 축산업의 확장폭도 꽤나 넓어서 이렇게 오리, 닭, 염소, 젖소, 토끼, 말 등을 키우고 그 부산물로 다양한 식료품(마요네즈, 치즈 등)까지 만들 수 있다. 말 그대로 귀농을 해서 스타듀밸리 세계관의 대농장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렇게 계절도 바뀐다. 봄여름가을겨울이 각각 28일이고, 각 계절마다 키울 수 있는 작물의 종류,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종류도 다르다. 그래서 각 계절을 정말 알차게 활용해야 하며 계절별 행사도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생산활동도 있다. 바로 광산이다.

광산은 총 100층까지 이루어져 있는데, 열심히 곡갱이로 돌을 캐고 칼로 몬스터들을 물리쳐야 100층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여느 농장형 게임처럼, 마을 주민들과 친목 도모도 가능하다.

여기 금발머리의 훈남, 샘이 내가 점찍어놓은 썸남이다. 열심히 애정도를 높여 곧 고백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미혼인 남성은 관계도에 뜨기 때문에, 기혼인 사람은 애초에 피할 수 있다. 거의 현실에 가까운 탄탄한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 숨겨진 퀘스트들을 깨면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며, 이 마을에 얽힌 저주, 각종 비밀 공간 등을 탐색하며 알아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이 게임을 끝까지 가본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직접 옷감도 만들고, 각종 퀘스트를 깨며 마을의 비밀도 밝혔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1년차 농부로, 남자친구도 만들지 못했다.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스타듀밸리 세계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도 좀 더 노력해야 될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단순노동과 신비의 모험이 가득한 농장 RPG의 세계 속에서 살고 싶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좋으니 그 곳에 갇혀 주민들과 직접 교감하는 경험을 가져보고 싶다.


p.s: 이 게임의 제작 비화를 들어보면 꽤나 감명적이다. 제작자 에릭 바론이 이 게임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그가 얼마나 이 게임에 진심이었는지 게임을 시작해보면, 각종 이벤트가 업데이트되는 속도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RPG게임, 특히 동물의 숲 같은 경우 업데이트 속도가 너무 느리고, 진부한 퀘스트들과 진부한 동물들과의 대화로 한계점에 금방 다다른다. 하지만 이 게임은 픽셀로 이루어진 환경치고, 새로운 즐거움을 꾸준히 제공해준다.


https://youtu.be/FHtYerwz7JY 아래 영상을 보고 이 게임을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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