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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영 May 12. 2018

기술이 도입되면서 변화되는 인간관계 기술

기술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가? 

부인하고 싶지만 부인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필자의 경험만 봐도 기술은 나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고 있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모여있으나 사람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이것은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현실 세계가 SNS에 밀려 다 함께 따로따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분명히 이런 현상에 대해 다들 한 번씩 생각하거나 고민해봤을 것이다.


The Flight From Conversation


함께 있어도 대화하지 않는 사람들을 필자만 느낀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 중독과 그로 인한 개인의 고립, 대화의 단절이 큰 문제였다. 그리하여 2인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휴대폰에 집중하느라 대면한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하는 "Phubbing (phone+snubbing)"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졌다. 이는 물리적 공간을 함께 나누고 있는 대면 관계가 모바일 미디어에 의해 가상적인 관계와 중첩되면서 무력화되는 이중 관여(dual engagement) 현상을 만들어낸다. (송종현, 2015, 『모바일 미디어와 일상』) 이중 관여는 스마트폰이 초래한 사회관계의 병리 현상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함께 존재해도 온라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온라인의 대화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메시지 혹은 SNS를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줌으로써 본인의 자화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고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적당한 거리와 관계를 유지할 때 일어나는 '골디락(Goldilocks) 효과'에서 기인된다. 이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기술에 적응한 청소년들은 현실 대화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자라는 아이들의 주요 성장 기반인 대화 기술은 그들에게 점점 기능을 상실해간다. 그리고 그 기술 안에 진짜 본인의 모습을 숨기며 현실 속 대화의 힘듦으로 이어진다. 


".... someday, someday, but certainly not now, I would like to learn how to have a conversation..."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간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현실 속 진짜 나의 모습을 나타내고 관계 형성이 어려운 현대 사람들은 기술로 인간관계를 형성해간다. 그리고 기술을 매개로 한 연결을 위해서 현실 속 대화를 희생하고 있다. 이 현상은 인간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지배'당하는 것의 시점이라 볼 수 있다.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면서 관계에서의 친밀감을 두려워하는 인간이 조금 더 편하게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로 사람들은 기술에 무언가를 더욱 바라지만, 사람들 서로(인간)에 대해서는 덜 기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외로움과 고독을 채우기 위한 소셜 네트워크 혹은 로봇 의존은 기술에 대한 믿음과 애착 형성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결이 그들의 존재가 되어 '나는 공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식의 새로운 체계가 생성되고 연결이 없다면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기술이 새로운 존재의 방식을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찾으러 혹은 자신의 말을 듣거나 말할 기계를 찾음으로써 외로움을 해결한다. 그리고 연결이 그들을 덜 외롭게 만든다는 생각에 빠진다. 하지만 인간은 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인간은 기술 의존 혹은 집착으로 인해 현실 속 대화에서의 어려움을 느끼고 외로움으로부터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며 진짜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Growing Up with Alexa


기술의 도입으로 변화되는 인간관계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부모들은 아마존의 에코가 아이들을 무례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알렉사한테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어순은 직선적이고 심플하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어려운 단어들을 알아듣지 못하는 알렉사와 효과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더욱 퉁명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기계의 실수나 미스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는 부분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알렉사가 무언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면 쉽게 짜증내고 강한 명령조로 얘기하는 현상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알렉사를 권위적으로(일명 갑질) 다루는 것을 보며 후에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거만한 태도를 보일까 걱정한다. 또한, MIT 조사에 따르면 알렉사와 같은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 기술과 어렸을 적부터 같이 성장하는 것이 아이들의 자아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파악된 게 없다고 한다. 기술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자란 아이들이 후에 실제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다루는 대화법이 부족할지 혹은 다른 현상으로 나타날지에 대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기계를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기술이 인간에게 주는 유용성이 있으나 위와 같은 예상치 못했던 마음과 행동을 지배당하는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인간 중심적 사고로 기술과 서비스를 제안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 로봇과 AI 등 놀라운 기술들이 이제 막 빛을 발하는 초년기에 있다. 앞으로 개발될 기술들이 무궁무진한 가운데 잠시 기술이 주는 무작정적인 환상에서 벗어나 기술을 가지고 서로가 스스로를 위한 것을 만드는 방법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관점이 필요하다. 기술이 어떻게 우리를 진짜 인생, 신체, 커뮤니티, 정치, 우리가 사는 지구로 돌려놓을지에 대한 방법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




참고

Sherry Turkle, "Connected, but alone?", TED
https://www.ted.com/talks/sherry_turkle_alone_together

QUARTZ, "Parents are worried the Amazon Echo is conditioning their kids to be rude"

MIT Technology Review, "Growing Up with Ale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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