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부터 읽을지 추천해드립니다

취향, 수준별로 골라 읽는 영어원서 추천 리스트

by 하영

이전까지 영어원서 읽기에 대해 적으면서도 막상 어떤 책을 읽을지 추천하는 글은 쓰지 않았었다. 책 추천에 대한 요청이 있었지만, 추천을 한다면 정말 재밌고 만족스러운, 좋은 책들을 골라 추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쉽사리 쓰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원서읽기를 곧바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어떤 책으로 시작할지가 가장 큰 막막함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떠오르는 대로 추천 리스트를 적어 보기로 했다. 뭐부터 읽어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된 책들이다. 취향과 수준에 따라 고르시는 데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부담없고 재미있는 첫 완독에는

앤드류 클레멘츠(Andrew Clements)

영어 독서를 굳이 두꺼운 책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 첫 완독을 해내고 나면 그 성취감 자체가 추진력이 되어 더 도전적인 독서를 시도할 힘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다 큰 어른이 무작정 쉬운 어린이 책을 읽으면 재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이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앤드류 클레멘츠(Andrew Clements)의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원서읽기를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그의 책들은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어휘도 어렵지 않고 두께는 100쪽 안팎 정도인 것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정말 재밌다. 대부분이 십대 초반 정도까지의 어린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두고 있고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린이책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막상 읽어보면 어른에게도 흥미진진하다. 줄거리가 참신하고 전개도 예측이 잘 안 되는데 끝에 가면 모든 의문이 시원하게 해소된다.


나아가 그의 책들은 흥미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에게도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십 대 때 읽었던 그의 책들을 최근에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르게 읽힌다.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악역 같았던 이야기 속 어른들의 입장을 헤아려 보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지켜 주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도 마치 옛날의 나를 보듯 들여다보게 된다.


대표적으로는 Frindle, No Talking, The Report Card, Lunch Money 등이 있다. 어른들의 통제에 갇혀 있기를 거부한 어린아이들이 소소한 발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그것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리는 이야기가 많다. 깊은 생각 없이 읽어도 속이 시원하지만, 어릴 때 어른들에게 받았던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이 읽는다면 깊이 묻어둔 자신에게도 위로를 줄 수 있다.



어설프고 간지럽고 혼란스럽고 소중한

이제 애는 아닌, 청소년 소설들

어설프지만 간질간질한 청소년들의 로맨스를 담은 책으로는 Wendelin Van Draanen의 Flipped가 있다. 귀여운 영화로 제작되어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책이다. Lois Lowry의 The Giver는 디스토피아적인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청소년기의 자아정체성 혼란과 자기 탐색을 다루면서도 세상과 삶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역시 영화로 제작되었고 국내에는 <기억 전달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둘 다 200~250쪽 정도 분량의 책으로, 지나치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을 줄 수 있다.


하이틴 컨텐츠들이 취향이라면, 잘 알려진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을 읽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Jennie Han)의 The Summer I Turned Pretty 시리즈가 인기를 많이 끌었다. 자기도 아직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십 대 중반의 청소년들이 휘몰아치는 감정들 속에서 삽질도 하고 연애도 하고 진로고민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순간순간 대리 수치심도 느낄 수 있고 이야기의 개연성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세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지만 문장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힌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R. J. Palacio의 Wonder도 무척 좋은 책이다.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갖고 살아가는 주인공 어기(Auggie)가 가족과 친구들,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 나가는 이야기다. 너무 무겁지 않은 안구건조증 치료제기도 하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청소년과 어른 아이

그 사이 어디쯤, 영어덜트 소설들

십 대 초반보다는 조금 더 성숙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는 못한, '어른 아이들'의 서사에 관심이 있다면 영어덜트(Young Adult) 책들을 읽으면 좋다. 말 그대로 청소년에서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 어른 같기도 하지만 아직 어른은 아닌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들이 영어덜트로 분류된다. 사실 영미권에서 영어덜트의 황금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0~15년 전이었다. 트와일라잇과 헝거 게임, 다이버전트 같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다. 그렇다고 그 리스트가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이전 글에서 인생책으로 언급한 John Green의 The Fault In Our Stars는 마음을 절절히 울리는 로맨스를 담고 있는 동시에 저자부터가 달변가인 만큼 심오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질병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한 신선한 생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일상적인 환경을 조금 벗어난 디스토피아적 설정이 취향이라면, 이제는 고전이 되었지만, Suzanne Collins의 The Hunger Games 시리즈도 추천한다. 세계관과 줄거리가 탄탄해서 원하는 만큼 과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제작된 Holly Jackson의 A Good Girl's Guide to Murder가 읽어볼 만하다. 작은 동네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고생이 어설프게 묻혀 버린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또 상대적으로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Caroline B. Cooney의 The Face on the Milk Carton도 굉장히 잘 짜인 작품이다. 특별할 것 없이 살아오던 주인공이 우유 팩의 '사람을 찾습니다' 광고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스릴러다. 두 책 모두 시리즈물이지만, 첫 권 단독으로도 완성도 높은 완결을 담고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어른을 위한 이야기들

여성 서사에 관심이 있다면, 최근 읽은 것 중에는 Bonnie Garmus의 Lessons in Chemistry가 정말로 좋았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요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된 유능한 과학자 주인공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넘어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 가는 이야기다. 애플TV에서 8부작의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캡틴 마블을 연기한 배우 브리 라슨이 주연을 맡았다.


순수한 로맨스로는 Nicholas Sparks의 The Notebook이 오래된 명작이다. 역시 전쟁 후의 1950년대 즈음의 미국을 배경으로 삶의 가치관과 진실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레이첼 맥아덤스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로는 Camilla Isley의 Not in a Billion Years그 후속작들을 최근 재밌게 읽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진동하는 뉴욕의 열기를 배경으로 현대적인 분위기의 클리셰 가득한 어른 로맨스를 읽고 싶다면 아마존 킨들 같은 전자책을 통해 읽어 볼 만하다.




여기까지가 일단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본, 몰입감 좋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영어원서 목록이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단어들의 의미를 확인하는 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즐기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 장에 이를 것이다. 또 좋은 책을 떠올리거나 새롭게 발견하게 되면 가져와서 추천해보겠다. 모두의 행복한 영어 독서를 응원한다!


Agence Olloweb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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