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더로인에서 이렇게 저렇게 잘 먹는 법
미네르바에 처음 지원할 때는 조그만 환상이 있었다. 낮에는 노트북을 옆구리에 끼고 고즈넉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수업을 듣고, 밤에는 친구들과 와인 한 잔 하며 국제정치를 논하고 그럴 줄 알았다.
음... 근데 첫 1년을 되돌아보면, 생각보다 생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은 것 같다. ‘City as a campus’라는 커다란 모토가 있지만, 이는 달리 해석하면 네 한 몸은 네가 건사하라는 이야기다. 물리적인 캠퍼스가 없으니 당연히 식당, 의무실, 운동시설 등 전통적인 학교에서 기대할 것들은 없다.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알아서 챙겨야 한다.
학교 기숙사는 텐더로인이라는 동네에 있는 10층짜리 건물이다. 엘리베이터가 자주 멈추고 지하에는 바퀴벌레가 많다. 기숙사에서 나올 때면 찌린내와 마리화나 냄새가 코끝을 훅 덮친다. 텐더로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노숙자가 많고 범죄율이 높은 동네다. 길에 똥이 많아서 특히 걸을 때 조심해야 한다. 도착하면 처음 한 달 정도는 야밤에 혼자 다니는 일은 피하길.
동네는 무섭지, 밥 한 번 사먹으면 $15가 훌쩍 넘지, 기숙사에 짐을 풀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절망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을 구멍은 있다! 일단 기숙사비 제외 한 달에 $300로 버티려면 점심+저녁을 하루 $10 미만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난 1년간 터득한 소소한 팁들을 정리해 본다.
Allset은 식당에 음식을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앱이다. 처음에 꼭 추천 코드를 받아 가입하고 다음 사람에게 한 명씩 추천을 해주자. Allset의 좋은 점은 일주일에 $15-20 정도 크레딧을 준다는 사실이다. 한 번 주문할 때 최대 $5씩 크레딧을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크레딧 제한이 없어 $100 넘게 쌓아두고 항상 공짜로 음식을 시켜먹는 미네르반들이 많았다는데, 그래서인지 이제는 일정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크레딧이 사라진다. 기숙사에서 가깝고 가성비도 훌륭한 Allset 가맹점 몇몇을 추천한다.
1) Golden Kim Tar
가성비 갑 메뉴는 단연 Fried Rice($8.5). 개인적으로 Beef를 가장 좋아한다. 한 번 사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3-4끼에 나눠 먹을 수 있다. $15.95인 Seafood Combination Platter도 두 명이 절반씩 부담하면 먹을 만하다. 다만 식당까지 가는 길이 상당히 무서우니 꼭 두 명이 같이 시켜서 가지러 가자.
2. Modena Pizza & Ice Cream
Philly Steak Sandwich($9.99)는 정말 인생 샌드위치. 피자치즈와 마요네즈, 파프리카, 소고기, 양파, 토마토 등이 오븐에 구워져 나온다. 알제리에서 이민 오신 라이드라는 아저씨가 운영하시는데, 가령 12시에 준비된다고 해서 12시까지 가면 12시에 요리를 시작하신다. 따라서 픽업을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주문을 하는 것이 좋다. 샌드위치 양이 상당히 많아서 두 끼에 나눠 먹을 수 있다.
3) Yemen Kitchen
Beef Sandwich($10.8)를 주문하면 팬에 볶은 고기/토마토/양파 등이 빵 비스무레한 납작한 무언가에 돌돌 말려 나온다. 고추가 들어가 조금 매콤하고,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역시 두 끼에 나눠 먹을 수 있다.
4) Z Zoul Cafe
수단 음식점인데, 가성비가 좋다. Chicken Bowl($7)을 시키면 밥과 닭고기, 토마토, 그리고 각종 야채들이 담겨 나온다. 여기도 준비가 늦게 되니 조금 일찍 주문하는 것이 좋다.
5) Bimi Poke
Allset에 있는 레스토랑 중에서 상당히 럭셔리한 편이다. Create Your Own Poke Bowl($13.5)을 선택해 Brown Rice + Tuna Poke + Spicy Mayo Sauce/Poke Sauce를 추가하는 것이 최애 메뉴. $5 크레딧을 적용해도 세금과 수수료를 합하면 $9가 넘어 특별히 해산물이 먹고 싶은 날에만 주문한다.
6) Taqueria Mana
수업이 없는 금요일 점심에 먹기 좋은 멕시칸 음식. Enchiladas Plate($9.25)에 Beef나 Chorizo를 선택해 먹으면 꿀맛이다. 팁이 하나 있다면 $0.25를 추가하고 3 Pieces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 식당에서 픽업해 애플스토어 뒤편이나 유니언 스퀘어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 떨며 먹으면 한 주의 자그마한 낙이다.
Too Good To Go는 식당에서 영업이 끝나고 남은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이다. 가성비가 매우매우 훌륭하며 음식이 대부분 맛있다. 식당들이 대부분 기숙사에서 살짝 거리가 있지만 운동 삼아 걸어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버거킹과 잭인더박스 앱을 꼭 설치하도록 하자. 앱에서만 주문할 수 있는 저렴한 메뉴들이 아주 많다. 맛은 잭인더박스가 훨씬 더 낫다.
Grubhub, Doordash, UberEats 등 배달 앱에 추천 코드로 가입하자. 주문할 때 배달 대신 픽업을 선택하면 배달비가 들지 않는다. 이따금씩 쿠폰을 주기 때문에 근처 Panda Express나 Super Duper Burgers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시안 음식들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앱이다. $35 이상 주문하면 $25를 할인해주는 쿠폰을 자주 준다. $2.5짜리 BCD 순두부 키트를 사서 양파랑 호박 송송 썰어넣고 끓이면 꿀맛. 이밖에도 라면, 햇반, 컵반, 바나나 등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