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산책, 같이 걸어요.

맨몸으로 걷기 위한 소박한 용기

by 화인






가끔 가방도 휴대폰도 헤드셋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집을 나선다.


여차하면 신발도, 양말도, 거추장스러운 옷들도

다 벗어던지고 홑몸으로 걷고 싶지만

풍기문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되니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게 휴대전화만 내려놓아도

산책길은 한결 자유롭다.

집 근처에 이토록 안전하고 쾌적한 산책길이 있는데

나가서 걸어야지!


상담전화나, 순간순간 처리해야 하는

연락이 오면 어쩌나 싶어

늦은 밤에 나서는 고요한 나만의 산책.






밤의 고요함으로

낮동안의 소요를 잠재우고

자연인으로서의 시간을 만끽한다.


혼자인 듯하나, 혼자가 아니다.


산책길 내내 양 옆으로 나무들이 가득하고,

봄날의 밤 벚꽃은 또 어쩜 이리도 빛나는가.

냇물은 쉼 없이 흐르고,

저 위 나무 어디쯤에는

잠꼬대하는 새의 아주 작은 소리도 들린다.

그들과 함께 호흡한다.

뱉어내고 들이마시고, 또 들이마신다.


1시간 남짓의 이 시간은

나에게 꽤나 큰 자유를 선사한다.

마음에 비로소 여백이 생기고,

다시 또, 새로운 공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터도, 틀도 있는데

틈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많으므로.


맨몸 산책, 자유를 만끽하는 산책이

바로 그 틈을 만들어준다.






온몸으로 숨을 쉰 뒤 도착한 집은

나서기 전과 공기도 온도도 냄새도 다른 듯하다.

집이 바뀐 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서 인 것을 안다.

내 마음속 공기와 온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도 자유를 느낄 수 있다니,

맨손 산책은 가성비가 참 훌륭하지 않은가.


내 안의

시끄러운 부유물들이 가라앉고 해소하는 시간.


음악을 사랑하지만

때론 아무리 잔잔한 음악도

내면의 소리와 대화를 나눌라치면

시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고,

흐름을 끊기 때문에 헤드폰을 잠시 내려다보다,

오늘도 그냥 나선다.


실제로도 '산책'이라는 말은,


산책 散策

[흩을 산 / 꾀 책]이다.


무겁게 쌓여있는 것들을 흩어 보내주며

새로운 생각으로 채우는 시간.

자유산책!


시작합니다.

같이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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