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하루를 성실히 나아가며

by 하유월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말에 동의하며 살아간다.

내가 어딘가 빠져서 허우적대는 와중에도 하늘은 높고 매미는 울며, 만연한 여름을 자랑한다.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잘 안되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실습상담원으로 집단상담을 보조하곤 하는데, 나와 참 닮은 분들이 계신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번번히 자신의 부족한 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많은 것들을 놓치곤 한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게 가장 쉽기 때문이에요.'

언젠가 같은 주제로 상담을 받던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을 그에게도 조심스럽게 건네었다.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맞다.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쉽다. 나만 고치면 해결되는 문제가 되니까.

그런데 세상은 그마저도 뜻대로 되도록 두지 않는다.

삶에는 내가 달라진대도 변하지 않는 개인과, 집단과, 환경이 난무하다.


나보다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도처에 너무나 많다.

이기적이게도, 나보다 못할 것 같은 사람보다는, 잘난 것 같은 사람만 눈에 보이고,

생각하고, 질투하게 된다.

'왜 늘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매우 쉬운 선택지가 된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자주 아팠다. 엄마는 배를 5번 넘게 열고 다시 닫는 수술들을 받았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내가 엄마를 의자에 태워 집안 곳곳을 여기저기 밀고 다니던 기억은,

엄마에게도, 내게도 여전히 선명하다.

그러고 나선 아빠가 아팠다. 좀 크게. 일을 하다 갑자기 쓰러져서 위를 지나가는 커다란 동맥이

파열되었다고 했다.

시골 병원의 의사는 그런 아빠를 밤새 방치했다.

아빠를 구하러 내려간 엄마가 아빠와 함께 타고 오던 응급차에서, 아빠는 여러 번 위험했다고 한다.

산소 마스크를 쓴 아빠를 보고 펑펑 울던 나는, 그 모든 사실들을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제는 엄마가 다시 아프다. 몸도 마음도. 정확히 말하면 아물지 않아 온 마음 때문에 몸이 아프다.

엄마는 불안하고 붕 뜬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온다. 요지는 명확하지 않고, 목소리는 고조되어 있다.

괜찮고 싶어하는, 괜찮기 위해 애쓰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안타깝고 서글퍼 잘 안아 본다. 어르고 달랜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기를 바라는 엄마의 조금 더 평안한 하루를 위해서 나 역시 더 힘내본다.


사주를 좋아하고 즐겨 본다. 나를 설명해주는 8개의 한자들과 여러 가지 말들 속에서 숨겨진 삶의 이유를 찾는다.

운명을 어느 정도 믿는다. 노력과 상관없이 어려운 순간은 언제든 온다. 크기와 상관 없이 쏟아져 내려선

내 삶을 종종 압도한다.

거슬러 나가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한다. 그냥 진다. 그리고, 그럼에도 살아간다.


더 강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늘 어딘가 붙잡을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나는 이제 없고

냉정한 이성을 곤두세워 보다 나은 방법을 찾는다.

나보다 굳건히 서있는 아빠와 언니를 지켜 보며 내 두 발 만큼은 씩씩히 딛자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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