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글에서는 우리의 감각(특수 감각과 체성 감각으로 나뉘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알아보았으며¹, 그 중에서도 특히 촉각에 대한 더 심도 있는 생물학적인 배경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이러한 기초적인 지식에 힘입어 조금 더 가시적인 것들에 대하여 살펴보자.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
촉감과 관련된 유명한 실험 중,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가 했던 붉은털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이 있다. 현대의 동물 윤리적 관점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법한 실험이지만, 할로우는 어머니와 아이가 떨어져 있는 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어린 원숭이를 어미에게서 분리해 두었다. 이 원숭이들은 사회성 저하는 물론이고 감정적인 문제가 생겨, 자폐적으로 변했고 자해를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스트레스로 인한 거식증으로 굶어 죽기도 했다.
그림 1.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Harlow, 1959). '사랑의 본질'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에 수반된 다른 한 가지 변화는,천 기저귀에 굉장한 집착을 보였던 것이다. 이것을 흥미롭게 여겨 계획된 다른 실험에서는, 젖병이 달려 있지만 딱딱한 철사로 만들어진 엄마 모형과, 아무런 것이 없지만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진 엄마 모형 중 원숭이가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었다(그림 1). 당연히 먹을 것을 주는, 철사 엄마 모형에서 원숭이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하루 종일 천 엄마 모형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가끔 배가 고플 때만 후다닥 우유를 먹고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또한, 인위적인 공포를 형성해 주었을 경우에도 원숭이는 천 엄마를 찾아 집착적으로 매달렸다. 이는 유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아이 간의 따뜻한 유대와 신체적 접촉, 아마도 그에서 비롯하는 감정적 유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 되어 이후의 양육법에도 큰 영향을 미친 실험이었다².
촉각과 감정, 두 개의 경로
우리는 흔히 촉각과 같은 감각을 생각하면 그 기능에 대해 ‘정보를 얻는 것’ 이라고 무심코 대답하곤 한다. 어떻게 보면 그럴 것 같다. 우리의 촉각의 주된 기능은 몸의 어디에 무엇이 닿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촉각의 다른 기능은 ‘감정적 기능’ 이다. 생각해 보면, 많은 촉각에는 감정이 깃들어 있다. 어머니의 따뜻한 쓰다듬기나 반려 동물, 혹은 애인과 밀착해 있는 느낌은 편안함과 안정감, 행복감과 연결되는 반면, 모기에 물렸거나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원인으로 인한 끊임없는 가려움은 짜증을 유발한다. 뜨겁게 달궈진 냄비에 나도 모르게 손을 대서 입은 화상은 상처가 나을 때까지 고통스럽고 불쾌한 느낌을 준다. 즉 촉각은 감각적인, 정보를 주는 역할과 함께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감정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이와 같은 정보를 받아들여서 이해하거나, 감정을 해석하고 만들어내는 중추는 어디일까? 당연히 두개골 속에 들어 있는 1.4 킬로그램 정도의 신경 조직인 뇌이다. 제아무리 말초의 신경들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정확한 정보를 받아들이더라도, 척수에서 마비나 절단 등의 일이 생겨 뇌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다면 외부의 감각에 따른 적절한 정보도, 감정도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 2. 촉각 중 통증에 대한 두 가지 경로. 녹색은 '어디' 가 아픈지에 대한 정보 전달적 경로, 파랑색은 아픔에 대한 '고통' 을 전달하는 감정적 경로.
이 뇌에서 촉각을 처리하는 것은, 두 개의 경로(two-track) 를 따른다(그림 2). 하나는 감각을 담당하는 회로로, 우리의 뇌를 대강 양쪽 귀를 잇도록 수직으로 나누어 주는 중심구(central sulcus, 직역하면 중앙에 있는 고랑) 바로 뒤에 있는 일차 체성감각영역으로 이어지는 회로다(그와 함께 시상thalamus 라고 하는 중요한 정보 전달 시스템이 관여한다). 다른 하나는 촉각에 매개되는 감정을 담당하는 회로로, 이것은 주로 뇌섬엽(insular) 라고 하는, 뇌 피질 안쪽에 깊숙이 숨겨진 뇌 영역이 담당한다(그림 3)³.
(사실 이에 대한 연구는 오늘 주로 다루는 쓰다듬기 촉감보다, 통증에 대하여 훨씬 많이 연구되어 왔는데, 이 두 가지에서 큰 유사성을 보인다.통증도 '어디가 아픈지' 에 대한 감각적 요소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의 감정적 요소의 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며, 이것은 각각 앞에서 말한 두 회로에 따라 처리된다.)
그림 3. 인간의 뇌섬엽. 양쪽 측두엽을 벌리거나 잘라내어야지만 안에 '외딴 섬'처럼 위치하는 뇌섬엽을 만날 수 있다.
뇌섬엽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오는 정보들이 모두 모이는, 마치 체내 정보의 허브와도 같은 장소이다. 맛이나, 체성감각계에서 오는 수많은 통증, 간지러움, 촉감, 내장 기관의 상태 등등(내감각)이 마치 일종의 자동차 계기판처럼 일관적으로 표현되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 이에 뇌섬엽은 몸의 상태를 꼼꼼히 따지고, 그에 대한 적절한 감정 반응을 만들어내기에 아주 적합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⁴, 실제로도 인간 및 동물의 감정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뇌섬엽이 손상된 환자들은 기쁨, 분노나 혐오와 같은 감정들을 정상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며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환자들은 통증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 통증이 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통증에 대한 불쾌감을 전혀 느끼지 않기도 한다⁵. 이 외에도 간접적인 증거로써는, 감정적인 상황이 되면 뇌섬엽의 활성도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는 등의 뇌영상 실험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뇌섬엽은 따뜻한 마사지나 쓰다듬기와 같은 긍정적 촉각 반응에 활발하게 반응하며, 반면 단순히 진동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비-감정적 촉각은 뇌섬엽의 활성을 크게 유도하지 않는다. 이는 촉감의 감정적 요소가 뇌섬엽을 매개로 처리되어 일어날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이다. 뇌섬엽과 감정에 대한 글은,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자.
사회적 기관social organ, 피부
이처럼 촉각이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지극히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인데, 우리가 특히 유아 시기 때, 어머니와 밀접한 신체적접촉을 가지고 성장하며(이러한 ‘사회적 촉각’은 태어나기 전부터 관여한다고 하는데, 자궁 속 태아의 솜털을 양수가 순환하며 촉각을 자극하는 것이 두뇌 발달에 중요할 것이라는 이론이 세워졌고 이를 지지하는 증거가 수집되고 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다. 실제로 촉각은 우리의 모든 감각 중 발달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다), 생존에 있어 그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만큼은 아닐지라도 성장해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회적인 파트너나 가까운 친구들과는 물리적인 접촉을 통하여 유대감을 다지곤 한다. 예컨대, 피부는 ‘사회성 기관’ 이다(그림 4).
그림 4. 인간은 손을 얹고, 손을 잡고, 껴안고, 팔짱을 끼고, 키스하는 등의 무수한 촉각적 자극을 통해 사회적 유대를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자극은 피부를 통해 전달된다.
이 기저에도 생물학적인 원인이 깔려 있다. 예컨대, 옥시토신은 어머니와 유아 간의 밀접한 관계, 사랑, 보호 본능과 같은 기능을 촉발시키는 호르몬으로 작용한다.
(비단 인간 뿐 아니라, 수많은 동물들에서 옥시토신은 사회적인 기능을 촉진한다. 쥐의 뇌에 인위적으로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새끼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행동을 하며, 반대로 어미 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저해하는 물질을 주입하면 새끼를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 또한 이 옥시토신 수용체가 뇌에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따라 사회적 유대감이 달라져, 이 유무에 따라 아버지 쥐가 가정에 헌신적인지, 혹은 아이의 양육에 관여하지 않고 떠나는지가 결정된다. 심지어 곤충에서도 마찬가지로, 옥시토신은 메뚜기 떼가 무리를 지을지, 단독으로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매개 인자로 작용한다)
이러한 옥시토신은 쓰다듬는 행위에 의해서 증가된다는 사실이 여러 동물에서 잘 알려져 있다. 즉 사회적인 쓰다듬기는 옥시토신을 매개하여, 사회적 관계와 유대감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그림 5)⁶.
그림 5. 따끈한 최신 연구에서 어떻게 쓰다듬기 자극이 옥시토신 분비를 유도하고, 이것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강시킴을 보였다(Yu, 2022, Neuron)
또한 그 뿐 아니라, 쾌감을 주고 중독에 관여하는 도파민이 쓰다듬는 행위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원숭이에서는 서로 털 골라주는 행위를 할 때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이것이 쾌감 회로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쓰다듬는 행위는 인간에게서 도파민에 관여된 여러 뇌 부위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활성화시킨다. 특히나 쓰다듬음에 반응하는 신경 세포인 CT 섬유는(이는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C 섬유 중 일부인데, C 섬유는 통증에 관여한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졌지만 비교적 최근에 C 섬유 중 일부가 이러한 긍정적인 쓰다듬음 자극에 반응한다고 알려졌다. 이 섬유를 인간에서는 CT 섬유라고 부르며, 동물에서는 CLTMR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 피부에 분포하여, 마치 마사지를 하는 등의 따뜻하고 느린 자극에 반응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다(그림 6). 또한 이것은 성적인 감각을 전달하는 성감대에 많이 분포하여, 기분 좋은, 성적인 촉감에도 관여한다⁷. 쥐와 같은 동물에서 최근 CLTMR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쥐에게서 이 섬유를 활성화하면 사회적 행동이 증강되며, 반대로 억제하면 옹기종기 모이는 행위가 저해된다! 촉각은 사회적 감각이며 그것을 신경 섬유가 전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이다.
그림 6. 유아-엄마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CT섬유로 매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둘 모두에게 편안함과 스트레스 감소를 유도한다(Craig, 2022)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질환 중 하나인 자폐증(자폐 스펙트럼 증후군Autism spectrum disorder, ASD) 도 촉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에게는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쓰다듬기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경향성은 통계적으로도 나타난다. 또한 이는 실험적인 뇌 영상을 통하여도 확인되는데, 일반인에서(보통 neurotypical 이라고 부른다-신경전형적인)는 CT 자극을 통해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자폐증 환자에게서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자폐에 연관된 중요한 유전자들을 생명공학적 방법으로 건드리면, 쥐에서도 자폐와 같은 행동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화는 말초 신경에 그 차이가 국한되어 나타남으로써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중추가 아니라, 말초의 감각 이상이 자폐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자폐의 중요한 발달 요인 중 하나가 쓰다듬기와 같은 촉각의 이상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시사한다.
결론 및 정리
두 개의 글을 통하여,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촉감이라는 감각이 어떠한 생리적인 메커니즘을 통하여 지각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지각이 어떠한 사회적, 행동적인 변화로 귀결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수박의 겉조차 제대로 핥지 못한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는 비교적 덜 진행되어서,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지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참고로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이 바로 촉감에 대한 연구에 대해 주어졌는데, 이를 기점 삼아 앞으로 몇십 년간, 이에 연관된 좋은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어 촉감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길 바라본다.
미주 Endnote
1. 우리는 흔히 감각을 부정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물론 감정에는 특성상 주관이 많이 섞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 그 자체의 민감도는 상상 이상이다. 예컨대, 우리의 촉각은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물체를 느낄 수 있고(제일 민감한 입술과 혀를 통해-이건 적혈구 지름의 1/3 수준이다), 우리의 눈은 최상의 조건에서 고작 5개의 광자를 감지할 수 있으며(이것은 각막과 같은 구조가 광자를 반사하기 때문에 더 낮아진 효율로, 망막 광수용세포는 광자 1개에도 반응한다. 이게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쨍쨍한 낮 지구 표면에는 평방미터당 40해 개(4*10^21개)에 달하는 광자가 쏟아진다. 이건 인간의 인지 범위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양인데, 대략 광자 하나마다 1초를 세면 120조 년이 지나야 셀 수 있는 양이다), 후각은 100억 개의 공기 분자에 섞인 1개의 냄새 분자(아주 민감도가 높은 지오스민geosmin 대상으로, 이 물질은 ‘비 냄새’ 를 나게 하는 물질이다), 미각도 비슷하게 10억 개 중 2개 존재하는 맛 물질을 분간할 수 있다.
2. 이후의 수많은 연구는 어린 시절의 물리적인 접촉이 중요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엄마와의 밀접한 접촉은 성장을 촉진시키고, 스트레스 연관 호르몬들을 줄이고,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었다.
3. 뇌섬엽, 영어로는 인술라라고 부르는 이 구조는 말 그대로 ‘섬’에서 그 이름을 따 왔다. 라틴어 인술라는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마치 그 구조상 다른 뇌 구역과는 섬처럼 뚝 떨어져 있다는 것에서 이름을 따 왔다(그도 그럴 것이, 안쪽으로 깊이 말려 들어가 있어서 외부와는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이러한 인술라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것은 고대 로마 시대의 아파트로, 이것은 현대의 아파트와 같이 땅값이 나날이 비싸지는 로마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인류 최초의 고층 다세대 주택이다. 이것도 마치 섬과 같이 둘러싸인 구조로 만들어져 인술라라고 불렀다. 참고로 이 당시에도 지금과 똑같이,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한 부실공사, 한 층이라도 더 만들어 세입자를 늘리기 위한 경쟁, 부동산 중개 및 매매업 등이 성황을 이뤘다. 사람 사는 건 어디서든 똑같나 보다.
4. 해부학의 중요한 격언 중 하나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말이다. 구조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체액의 구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일부 뇌 구조물은 혈관과 밀접하게 붙어 있고, 호르몬을 만들고 분비해야 하는 구조물은 호르몬 생성을 위한 구조물 바로 근처에 있다. 이는 세포 수준에도 적용되어서, 멀리까지 신호를 전달해야 하는 신경 세포는 크고 굵은 모양을 가지며, 근처에서 빠른 신호를 처리하는 세포들은 자그마한 형태를 띤다. 온갖 현대적인 최첨단 기술도 과학의 진보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때로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5. 이러한 증상을 통증언어상실증이라고 부르는데,이는 통증을 선천적으로 전혀 느끼지 못하는 환자인 선천성 무통각증과는 구분된다. 이들은 통증에 해당하는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므로(마치 마취가 된 듯)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을 피하지 않고, 그에 따라 신체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일찍 사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증은 우리 몸을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지켜 주는 경보 시스템인데, 경보 시스템이 꺼져 있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 당연하다. 발륨과 같은 일부 향정신성 물질은 통증의 감각은 놓아두면서 감정적 정보를 차단한다고 한다.
6. 쥐 모델(마우스)에서, 어미 쥐가 어린 쥐를 쓰다듬고 핥아 주는 행동은 어린 쥐의 스트레스성 행동을 감소시키고, 성장해서까지의 다양한 행동 양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보고되어 있다. 심지어 이것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켜 손녀에게까지 전해진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비단 쥐만은 아닐 것이다. 역시나, 인간 영아에서도 어머니의 쓰다듬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졌다(미주 2번 참고).
7. 인간은 왜 행복하기보단 고통을 느끼는 일이 많을까? 이것은 기본적인 생명 시스템의 구조 때문인데, 생명이 살아 있기 위해서는 호흡도, 에너지도, 수분량도, 근골격계와 모든 기관들도 잘 작동해야 한다. 단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으므로,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기본 상태는 모든 것이 잘 작동하는 것이다(쇼펜하우어는 “우리는 고통은 느끼지만 무통은 느끼지 않는다” 고 말했다). 반대로, 수많은 요소 중 하나만 잘못되더라도 우리 몸은 경보를 울린다. 이처럼 생명체는 엄살을 부리도록 진화하였는데, 더 자신의 몸에 대해 섬세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생명체일수록 잘 살아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은 쾌감보다는 통증에 훨씬 민감하고, 인간은 성감대는 가지고 있지만 별도의 고통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통은 몸의 모든 곳에서 느껴진다). 인간은 같은 양의 손실을 이익보다 훨씬 크게 느끼며(약 2배), 인간은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인 기억을 훨씬 강력하고, 길게 기억한다. 인간의 언어에도 긍정적인 형용사보다는 부정적인 형용사가 훨씬 많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도 이에 대한 통찰력 있는 말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의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는 ‘안나 카레니나 효과’ 라는 말로 차용되었다. 이는 C 섬유의 역할 중 통증이 쾌감보다 먼저 알려진 이유기도 하다. 인간은 통증을 쾌감보다 중요시 여기고, 과학의 연구 과제도 그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관련된 좋은 개괄서로 마이클 셔머의 ‘천국의 발명’ 을 추천한다. 상기 예시는 해당 책에서 주로 인용하였다.
* 참고문헌: 이전 글과 본 글의 많은 부분은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였다;
McGlone F, Wessberg J, Olausson H. Discriminative and affective touch: sensing and feeling. Neuron. 2014 May 21;82(4):737-55. doi: 10.1016/j.neuron.2014.05.001. PMID: 24853935.
이 글에 분량 상 옮기지 못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으니, 더 많은 지식의 바다에 가고 싶다면 본문을 참조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