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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Feb 27. 2022

(8)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2)

하윤의 Resolution

음악은 세계 공통어이다.

-존 윌슨



아름다운 선율의 비밀


 우리는 이전의 글을 통해, 화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저런 정수 비를 가지는 음들을 ‘아름답다’, ‘조화롭다’ 고 느끼는 것일까? 그에 대한 이유는 무엇일까?이러한 것은 인간만의 특성일까? 우리만 그럴까, 혹은 이것은 생명체들의 본질적인 특질일까? 인간 중에서도 사회마다 다른 음악적 특성이 통용될까, 아니면 모든 인간은 같은 특징을 공유할까?



소리는 공기의 진동


이에 대해 답하기 전에 약간의 기본 지식을 가지고 가자. 우리가 소리라고 부르는 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공기의 진동이다(그림 1). 물체가 진동하면, 그것은 주변의 공기를 진동시키고, 이렇게 만들어진 종파는 우리의 귓바퀴에 의해 모여 귀의 고막을 진동시킨다. 고막 뒤의 청소골(귓속뼈) 는 이 진동을 마치 천연 앰프처럼 증폭시켜¹, 달팽이관 내부로 전달하고, 점차 얇아지는 원뿔을 돌돌 말아 놓은 것처럼 생긴 달팽이관은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다른 부분이 진동하므로, 현재 들리는 소리가 얼마나 높은 소리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진동을 신경 세포의 활성화 패턴으로 인코딩한다. 이 신경 세포들이 중추 신경계로 신호를 전달하고, 우리는 이것을 해석하여 ‘소리’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림 1. 소리는 공기 입자의 진동에 대한 뇌의 해석이다. 커다란 스피커 앞에선 물리적으로 몸이 떨리는데, 소리란 곧 진동이기 때문이다


소리를 담는 진동은 진폭, 주파수, 형태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각각 소리의 크기(진폭이 크면 큰 소리다), 높낮이(주파수가 크면 높은 소리이다), 음색(파동의 형태와 중첩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 라는 요소에 대응된다.


 크기나 높낮이는 익숙하지만, 음색에 대해서는 우리가 비교적 익숙하지 않다. 똑 같은 ‘도’ 음을 연주하더라도, 바이올린의 음과 색소폰의 음, 플루트의 음은 다르다. 그 이유가 파동의 형태 때문인데(그림 2), 우리가 100Hz 의 음을 연주한다면 소리는 정상파를 형성하므로 200, 300, 400… 과 같은 배음overtone이 뒤에 따라붙게 된다². 이는 소리 분석기로 소리를 녹음해 보면 뚜렷하게 확인해 불 수 있다(본질적으로 많은 파동함수(사인함수)를 합하고 분리하여 파동을 기술하는 것이고, 이것을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이라고 부른다).


그림 2. 같은 음을 연주하더라도, 악기에 따라 떨림의 느낌은 다르다. 이것이 다른 음색이 만들어지는 이유이다

 악기의 종류마다 어떤 배음이 얼마나 강조되는지가 달라지고, 각각의 지속 시간 등이 모두 다르므로 이들이 합쳐져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특정 주파수의 음들을 다른 특성을 가지도록 만들고 이들을 ‘합성’해 소리를 낸다면 이론상 모든 악기의 음을 흉내 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신시사이저(Synthesizer, 합성기) 라고 부르는 것의 원리이다. 특정한 배음을 강조하고 약화함으로써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 공통의 언어, 음악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 문화권 내에서도 보존되는 현상일까, 혹은 문화권마다 상이하게 다른 음악적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존 윌슨이 ‘음악은 세계공용어다’ 라고 말했듯이, 인간은 적인 음악에 대한 선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서로 간의 교류가 전혀 없는 지구 반대편의 문화권, 혹은 섬과 같은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고립된 사회들을 조사해 보더라도 굉장히 비슷한 형태의 음악 문화가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데이터과학부, 심리학과, 인간진화생물학과,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로체스터대 음대, 미주리주립대 음악학과, 워싱턴대 정치과학과, 보스턴대 심리학과, 펜실베니아주립대 인류학과,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 심리학부, 독일 막스플랑크 경험미학연구소, 콘스탄츠대 심리학과, 캐나다 맥길대 언어학과가 공동 연구하여 Science 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모든 문화권에서 유사한 리듬과 형태를 가진 음악들이 보존되어 있다는 것(그림 3).


그림 3. 전 세계 여러 문화권의 음악 구성 요소에 대한 분석. 어떤 문화권이든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Mehr et al., 2019, Science)

또한, 음악을 듣는 경험은 우리의 기억에 깊게 새겨지는 경험이 된다. 우리 모두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음악에 연관된 추억이 스쳐 지나가는, 때로는 바로 앞에서 펼쳐지듯 회상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음악(그리고 음)이 감정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³, 우리의 뇌는 감정적인 정보를 기억하는 데에 있어 엄청나게 능숙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와 같은 극단적 사례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모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몇몇 요소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음악의 특징을 이용하여 기억 상실이 동반되는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행해지기도 한다(실제로 치매 환자는 다른 일상 기억을 잊더라도, 음악에 연관된 기억은 훨씬 오래, 선명하게 기억한다).


다른 문화권이라도 같은 종이니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데,그렇다면 이러한 화음을 느끼는 것은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일까? 다른 종의 동물에서는 어떨까? 동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예컨대 아기 침팬지 또한 불협화음보다는 화음들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음 구분 능력을 가진 새들에 있어서는화음을 구분하는 새도, 그렇지 않은 새도 있다는 상충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간 갓난아이도 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한 번도 외부 문화에 노출된 적 없는 열대우림 소수 부족을 상대로 실험하였을 때, 이들은 서양 음악에서 협화음과 불협화음으로 구분하는 화음들을 구분할 수 없다고 보고된 바 있다(J. McDermott et al., Nature, 2016). 즉 우리가 어떤 화음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문화적 학습의 영향이라는 것(실제로 태아는 자궁 내에서부터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바탕으로 음악에 대한 선호를 발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실험에 대한 비판과 반대 이론도 존재하는 만큼, 아직은 추가적인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전적인 많은 견해는 이것이 태생부터 나타나는 자연적인 능력이라는 설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가 화음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만의 능력인지, 문화적 학습인지는 명확히 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협화음을 좋아하고, 불협화음을 불쾌하게 느끼는 것은 자명하다. 이 이유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답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중 한 연구는 인간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언어’ 가 화음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간이나 동물의 언어나 발성 또한 결국은 성대라는 물체의 떨림으로부터 생성되고 관의 형태를 띠는 성도vocal tract 을 따라 증폭되므로 일종의 악기처럼 작동하게 되는데(그림 4), 이 과정에서 언어의 주파수 패턴을 분석하면 우리가 선호하는 완전 5도, 옥타브, 제주음정, 장 3도와 같은 주파수 패턴이 나타난다(Schwartz DA et al., J. Neuroscience, 2003, (그림 5)).


그림 4. 인간의 발성에 관련된 구조⁶. 하단 우측의 성대에서 음이 형성되고, 이것이 후두 지역의 관과 같은 구조를 지나며 특정 음이 증폭된다(포먼트주파수).


즉 이러한 화음에 대한 반응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언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도록 맞추어 설계되었을 것이라는 것. 또한 자연에서는 상술한 것과 같은 정수배의 배음들이 널리 등장하므로, 우리의 뇌 또한 자연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익숙하고 좋게 여겼을 지 모른다. 또한, 정수 배의 소리들이 같이 나는 경우 이들은 짧은 주기로 보강 간섭을 하며 다른 진동 패턴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수학적인 반복을 통한 예측가능성은 미학적으로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글로 다룰 예정이다).  


그림 5. 인간의 음성을 녹음하여 주파수비를 분석한 데이터. 실제로 깔끔한 정수 비를 가지는 많은 화음과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밝은' 화음과 '어두운' 화음


마지막으로, 흔히 메이저 코드는 ‘밝은’ 음으로, 마이너 코드는 ‘어두운, 슬픈’ 음으로 우리가 인식하곤 한다. 이에 대한 이유 또한 아직 너무나 복잡한 이유들이 엮여 있을 것이므로 명확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가설이 한 가지 있어 소개하려 한다. 텐션 코드에서 음을 낮추면 메이저 코드가, 음을 높이면 마이너 코드가 되는데, 이는 동물이나 인간의 의사 소통에서 소리의 높낮이가 가지는 의미와 결부된다는 주장이다. 동물 또는 인간이 말의 끝 음을 높이는 경우는 정중하게 묻거나, 소심하게 굴복하는 경우와 같은 부정적 감정과 결합되고, 말의 끝 음을 낮추는 경우는 명령 또는 결단력있는, 긍정적인 경우와 결합되므로 이 코드들이 우리에게 감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이다(그림 6).


그림 6. 화음의 높낮이에 대한 감정적 분석에 대한 정리도


인류의 문명 시작부터 우리와 함께한 음악은 이젠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일지, 음악은 점차 전문화되어 일반인의 손에서 멀어지고 있기도 하다. 앞으론 우리의 귀에 맴도는 화음 하나 하나에서 피타고라스의 말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미주 Endnote


1. 이 귓속뼈는 턱뼈에서 떨어져 나와 진화했다. 어류에서는 턱뼈 자체가 이 기능을 하며, 양서류부터는 분리되어 나와 귀 내부에 존재한다. 이들은 3개의 뼈가 맞물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소리를 증폭하며, 만일 지나치게 큰 소리가 지속될 경우 주변의 근육이 귓속뼈를 잡아 진동을 막음으로써 청각 손실을 방지한다. 우리가 시끄러운 콘서트장에서 시간을 보낸 후 나오면 잠시간 먹먹한 것은 부분적으로 여기서 기원한다.


2. 흥미롭게도, 우리는 여러 배음들을 들으며 이 ‘배음들을 만드는 본질적인 음’을 찾아내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음향인지 실험에 따르면 200Hz, 300Hz, 400Hz의 음만 들려주더라도, 우리는 이것을 100Hz 의 음으로 인식한다! 반면, 200Hz, 400Hz의 음을 들려준다면 이것은 200Hz 로 인식한다. 마치, 자동적으로 ‘음의 배수’ 들을 인지해 최대공약수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이 뇌에 들어있는 것과 같다.


3. 왜 소리는 밀접한 감정적 정보를 전달할까? 간단히 생각해 보면, 소리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생존에 연관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그르렁거리는 포식자의 소리나 조용한 밤 풀숲을 스치는 스산한 소리는 생명체에게 도망이나 싸움을 위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가 들렸을 때, 우리는 깜짝 놀라며 심장이 고동치곤 하는 것도 이 예시중 하나이다. 게다가, 울음소리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많은 생명체들에게 음은 굉장히 중요한 사회/감정적인 요소였을 것이다.


4. 조류는 ‘노래’ 라고 부르는 것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만큼, 인간 뿐 아니라 다른 포유류보다 월등히 뛰어난 음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인간보다 훨씬 선명한 시간 해상도를 가진다. 보통의 일반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으나, 잘 교육받은 인간 음악가들은 조류에 비견가는 수준의 음감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한다.


5. 사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실음악증amusia 이라는 질환을 가지는 사람들은 음의 높이, 박자 등에 대한 구별 능력이 저해되거나 전무함과 동시에, 일부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분하는 능력을 상실하곤 한다. 이와 같은 환자의 존재는 음악과 화음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신체 영역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6. 인간의 경우에는 목소리를 내는 구조인 성대가 하나이지만, 일부 새들(명금류) 들은 이에 상응하는 구조인 명관이 별개로 제어되는 2개의 쌍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말 그대로 '동시에 2명의 소리를 낼 수 있'다. 복잡한 지저귐 패턴을 통하여 서로를 구분하고 의사소통하기 위하여 그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살더라도, 조류는 배우자와 새끼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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