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뷔페 했다

by 헤이즐넛커피
출처 : 웨스틴조선서울 홈페이지 이미지

뜨거운 여름이다. 결혼 1주년 기념일인데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뷔페를 먹기로 했다. 상의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고 어딜 갈까 많은 고민을 하다가 주차, 맛, 거리 등 여러 가지를 만족시킬만한 곳을 고르다가 그냥 호텔 뷔페를 가기로 결정해 버렸다. 오늘 가려는 곳은 웨스틴조선 호텔 서울의 아리아라는 뷔페이다. 오전이지만 30도에 가까운 여름 날씨인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을지로입구역 7번 출구에서 걸어서 오래 걸리지 않아 호텔 입구로 들어가면 왼편으로 아리아 뷔페의 입구가 바로 보인다. 주말 점심 1부 시작인 11시 30분으로 어플을 통해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사실 호텔뷔페를 일부러 찾아다니거나 즐기는 편은 아니고 마지막 간 적이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이었기 때문에 조금 설레었다.


도착하자마자 뷔페입구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길거나 입장이 오래 걸려 힘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당황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하러 예약까지 하고도 이렇게 와서 줄을 서있었다. 줄을 서 있을 때 뒤에 서있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니 과거에는 유명해서 대기도 더 길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좀 나아져서 줄 서는 게 이 정도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부 예약한 사람들이 이렇게 줄 서있는 것에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또 딱 보아도 럭셔리 해보이는 연세 있으신 분은 이런 곳을 많이 다녀봤는지 오히려 줄 서는 것에 놀라며 이런 것은 처음 본다며 당황하신다.


점심과 저녁 식사가 가격차이 없이 조금은 비싼 가격인 16만 5천 원이다. 지금도 한 끼 비용으로 따지면 비싼 가격이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좋은 한 끼 하려 왔는데 이런 모습은 낯설고 항상 어색하다. 이럴 때마다 항상 반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나의 경험이 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직장일로 새벽 출근과 새벽 퇴근, 말 그대로 수면시간이 평균 2~3시간이셨던 분으로 얼굴 마주하기가 어려웠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두고도 부업을 하셔야 했다. 어쩌다 아버지가 통닭을 사 오시는 게 그렇게 좋았고, 동네 갈빗집에서 외식하는 것도 손에 꼽을 만한 연중행사였다. 나는 그래서 뼈가 붙은 갈빗대를 뜯는 것은 부자나 하는 것이라는 막연한 빈곤의 흔적이 있다. 지금은 그냥 추억일 뿐이라 아프거나 하진 않다. 대학생이 되어서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처음 갔고 립이란 음식도 먹어봤는데 그때 받은 충격은 낮시간에 어린아이들이 엄마를 따라와 그 비싼 음식들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것이었다. 물론 몰라서 그렇지 그들도 자주 오는 것은 아닐지 수도 있고 부담이 안 돼서 그런 것도 아닐지 모르겠다. 내가 자라면서 시간도 흘렀고 시대도 바뀌었겠지만 그런 것에서도 흠칫 놀라는 것이다.


시간이 되어 뷔페가 오픈되고 차례로 입장했다. 예약 순으로 알아서 자리를 배정해 놓은 것 같았고 우리는 안내를 받아 조금 구석진 자리로 갔다.

테이블 한편에 커다란 에비앙과 이것이 있었다. 처음 앉았지만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듯 시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나중에 다른 리뷰를 잘해놓은 블로그들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탄산수였다. 산트아니올 또는 산타니올 정도로 부른 것 같고 에비앙 1병과 같이 있어 충분히 마시기에 좋다.


입장을 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2곳이다.

바로 해산물과 고기 코너다. 가리비와 랍스터가 찜으로 통째로 올려져 수북이 쌓아놓는데 가장 처음 눈에 띄는 음식 코너 중앙의 줄 서는 곳이다. 가리비는 손바닥만 한 것이 알맹이만도 크기가 꽤 크다.

사람들이 접시째 가리비와 랍스터를 가져가며 금세 바닥을 보이지만 곧바로 직원이 큰 통으로 가져와 다시 쌓아놓는다. 오픈하고 직후나 붐비지 이후는 여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더 안쪽으로 고기들이 있는데 소시지는 지나가고 뒤로 있는 스테이크와 LA갈비 들도 여러 명의 조리원들이 붙어 구워내기 바빴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옥수수구이나 아스파라거스 구이 등 가니쉬도 준비되어 있다. 여러 소스가 있지만 고기 자체만도 특별히 간을 하지 않아도 적당한 굽기에 육즙 가득 맛있었다. 접시 아래 스테이크 소스로 생각한 까만 소스를 살짝 뿌리고 퍼졌지만 고기를 썰면서 묻은 소스 자체가 맛이 강하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회나 면류, 중식 코너도 있으나 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다른 블로그 후기를 보면 중식 코너에서 탕수육이 맛있다고 하는 공통적인 리뷰가 있었다. 일부러 뷔페까지 가서 탕수육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었는데 그런 리뷰를 보니 후회됐다.


전체적으로 음식은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붐빌 수 있기 때문에 퇴장할 때 말고 자리에서 결제 도와준다는 안내도 있어 간단히 테이블에서 결제도 마무리했다. 음료는 주스가 3가지로 준비되어 있지만 커피를 서빙하는 구역이 수리 중이라서 따로 머신에서 직접 뽑아먹거나 받아먹는 게 아니라 자리에서 주문을 받고 직접 가져다주기도 했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마무리를 할까 하는데 와이프가 요거트 아이스크림까지 먹자며 잠시 갔다 왔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쿠키랑 쵸코렛, 젤리까지 토핑을 얹으니 배가 부른데도 맛이 좋다.


좀 더 어렸더라면 쉽게 끝내지 않을 뷔페지만 배가 불러 더는 욕심을 내기도 어렵다. 생각보다 얘기하며 식사하다 보니 엄청 여러 접시를 먹지도 않았는데 1부 타임이 거의 지나갔다. 맛있고 배부르게 만족스러운 식사로 1주년 세리머니를 간단히 대신하고 나와서 소화시킬 겸 근처 쇼핑몰을 돌았다. 언제 다시 또 뷔페를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주 좋았다. 큰 이벤트는 준비 못했는데 즐겨준 와이프가 고마웠다.



-2023.06 맛있는 점심 식사 후에



※ 참고

웨스틴조선호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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