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주말을 보내는 치트키

공연과 외식, 아내와 주말데이트

by 헤이즐넛커피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말했다.


"오빠! 공연 한 번 보러 갈까?"


흔히 말하는 집순이인 아내가 갑작스럽게 공연을 보자고 해서 의아했다. 원래 나는 주말에 시간이 나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돈을 크게 들이지 않더라도 근처에 나가서 걷고 바람 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내는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도 오히려 가자고 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먼저 공연을 보자고 말을 꺼냈다.


"어쩐 일이래? 그래!" 하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뮤지컬 초대권 2장을 얻은 것이었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생긴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반가웠다.

이때부터 계획에 없던 아내와의 주말 데이트가 생각보다 착착 만들어지며 빠르게 진행되었다.


일정은 이렇게 짜보았다. 공연이 7시였기 때문에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티켓 수령은 공연시간 1시간 반 전부터 가능했기 때문에 먹고 출발하면 공연하고 시간도 많이 떨어지고 공연 이후에 매우 배고프고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5시 반에 공연 티켓을 바로 수령하고 근처에서 밥을 해결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는 불편함이 있고 날씨도 덥지만 차로 움직일 때 공연장 주변이 막히거나 주차가 어려워 일정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이번에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번에 보게 된 공연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하는 '뮤지컬 시카고(CHICAGO)'였다. 공연장은 한강진역 2번 출구 바로 앞인데 지하로도 연결되어 있었다. 티켓 수령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한 우리는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구경했다.

티켓박스가 있는 지상 1층은 객석 3층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각 층마다 이렇게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일찍 도착하면 줄이 별로 없어서 사진 찍기가 좋다. 우리는 시카고 글자가 크게 놓여있는 지하 1층(=객석 1층)까지 처음에 내려가보진 않았어서 그 공간을 식사하고 돌아와서 보았고 사진 찍기가 어려웠다.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볼 때 사람들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포즈들을 보면 참 희한하고 재밌다. 특히 줄 서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포즈들을 무슨 모델이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포즈를 잡고 사진 찍는 사람들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뮤지컬 시카고(CHICAGO)'에 대해 소개하면 이렇다. 뮤지컬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1975년 초연된 이래로 1996년 리바이벌되어 이후 25년간 1만 회 이상 브로드웨이에 올라가고 있는 역사상 가장 롱런하는 뮤지컬이라고 한다. 시놉시스를 보면 재즈, 술, 욕막, 폭력, 범죄, 그리고 돈이면 뭐든지 가능했던 1920년대 시카고가 배경이고 자극적인 범죄와 살인을 저지른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의 여죄수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연을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생략하겠다.) 예전에 영화로도 잠깐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잘 집중해서 보지 못했었는지 반복해서 나오는 인물들 간의 관계도 잘 들어오지 않는 데다가 자극적이기만 한 내용인 거 같아서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25주년을 기념하여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단 공연장을 뒤로하고 본 공연 시작 전에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가까운 곳으로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베라 피자'이다. 위치는 한강진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도 안 걸리는 매우 가까운 곳이다. 공연장은 2번 출구였으니 걸어서 길도 건너지 않고 5분 남짓하는 가까운 거리이다. 한강진역 맛집이나 한남동 맛집으로 검색하다 보면 여러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식당들이 나온다. 이곳은 이태원 하고도 가깝고 공연장도 끼고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공영주차장도 근처에 있지만 주차하기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식당을 검색할 때 보통 내가 고려하는 사항은 블로그들에서 광고 냄새가 나는 후기들 말고 진짜 리뷰들이 좋은 곳, 주차하기 좋은 곳, 예약이 간편한 곳이 기준이다.

나는 정작 검색했을 때 '베라 피자'를 찾지 못했는데 아내가 역에서도 가깝고 적당한 곳을 찾아 잘 예약을 해두었다.


블로그들 리뷰도 좋았고 관련 내용에 특이한 게 있어 찾다 보니 예약하는 곳에도 쓰여있던 정보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피자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나폴리의 전통을 계승하는 나폴리 피자협회(AVPN: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로부터 인증받아 '진짜(Vera) 나폴리 피자'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상공인 협회가 주관하는 전 세계에 있는 이탈리아 우수 레스토랑 인증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여 '세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인증을 획득하였다.
이탈리아 D.O.P 인증을 받은 올리브 오일, 토마토 페이스트, 버팔로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한다. 또 폼페이를 멸망시킨 화산으로 유명한 베수비오 화산석으로 만든 화덕에서 참나무 장작에 구워낸다.
식약처 위생등급 매우 우수 음식점


이런 내용을 보니 더 믿음이 갔다. 블로그들 리뷰는 참고하되 내용을 자세히 보진 않았다. 리뷰들을 훑어보다 보면 대표되는 메뉴들이 추려지기도 하고 메뉴 고르는데 참고가 될 수도 있지만 그냥 가서 정하기로 하고 메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지는 않았다.


건물은 패션5가 있는 건물의 3층이었다. 패션5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케이크와 디저트류가 아주 다양하고 이쁜 것들로 가득해서 특히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번에는 시간 관계상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들르진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리니 단체석으로 테이블이 붙어있는 곳이 있어 찍어보았다. 이쪽 출입구보다 반대편이 더 많이 주로 이용하는지 들어갔을 때 바로 직원이 보이거나 응대하진 않았다. 베라 피자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실제로 공간도 넓었고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테이블 간격도 적당하고 이태원 근처라 그런지 외국인 단체 손님들도 많이 보였다. 식당 구석으로 피자를 굽고 있는 화덕이 보였다.


자리에 놓여있던 메뉴판은 이렇게 사진과 함께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는 3가지 버섯 피자와 전복 리소토를 골랐다.


화덕에서 갓 구운 피자가 나왔다. 3가지 버섯 피자는 트러플 오일이 뿌려져 있어서 피자를 먹을 때 풍미가 가득하다. 곁들여서 잘 구워진 전복이 올라간 리소토도 적당히 맛있다. 배가 너무 부르지도 않게 딱 맛있게 먹었다. 네이버로 예약을 하고 오면 자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금액이 3만 원이 넘으면 음료도 한 잔 공짜로 제공된다. 술도 안 마시고 아내는 탄산음료도 많이 먹지 않아서 음료는 추가하지 않아도 적당했다. 나는 평소 피자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화덕피자가 아니어도 보통 여러 토핑이나 소스가 많이 들어간 종류의 피자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충실히 맛을 낸 클래식 피자종류를 좋아한다. 흔한 콤비네이션이나 슈프림피자 같은 류만 먹어도 좋은데 이번 버섯 피자도 고기나 햄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순식간에 식사를 마쳤다. 너무 맛이 있어서 그런지 짧은 시간에 먹어치워 버렸다. 덕분에 여유 있게 다시 공연장에 돌아가서 기다릴 수도 있었다.


식당을 나와 공연장으로 가서 지하 1층 한켠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블루라운지라고 쓰여있었다.

이렇게 파란 커튼으로 벽면이 되어있고 시카고 로고도 윗면에 있었다. 이 공간은 가로세로 약 5미터 될까 싶은 아주 넓은 공간은 아닌데 가운데 저렇게 거울 같은 공간을 나누는 구조물이 있다. 거울처럼 만들어 놓아서 그런지 여기서 앉거나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옷매무새나 화장을 고치기도 하고 거울을 활용해서 여러 인증숏을 남기는 커플도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 앉아서 공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쉬다가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자리는 객석 1층에서 왼편으로 거의 끝이었다.

내한팀 공연은 처음인데 사진에서 시카고 로고가 나오는 무대 양편의 화면이 자막이 나오는 곳이다. 아쉽게도 공연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다.



주요 배역도 두세 명이 나눠서 하지 않고 같은 배우가 공연 내내 쭉 이어지는 원캐스팅으로 계속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공연을 다 본 후 나는 매우 재밌었고 만족스러웠다. 뮤지컬 스토리의 큰 줄기와는 조금 상관없지만 캐스팅 관련 이미지의 주요 배우들 중에 반전이 숨어있다. (공연으로 확인해 보세요~) 개인적으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록시와 벨마의 연기도 좋았다. 이번 내한팀은 앙상블도 춤도 잘 추고 좋았다.


공연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거기에 달린 답글들을 보니 여러 얘기들이 많이 있다. 2017년 내한팀 공연과 비교하기도 하고 빌리라는 역의 배우가 중간에 복화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이런 답글이나 반응은 좀 아쉬웠는데 자칭 뮤지컬 마니아나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원래 공연이라는 게 그날의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항상 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공연이나 과거의 공연과 비교는 굳이 필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빌리의 복화술 부분은 실제 복화술이 필수는 아닌 부분이다. 배우의 해석이나 느낌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이런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다른 여러 뮤지컬들도 내한팀이 들어오거나 국내팀이 하더라도 이것 자체가 꼭 오리지널 공연과 같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대본과 음악에 대한 라이선스는 유지한 체 다른 디테일에서는 살짝 변형을 주는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이 유행인 듯하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도 무대의상은 국내에서 제작하고 약간 변형을 주어 실제 공연시간보다 약 30분 정도 단축된 형태가 지금의 우리가 보는 국내팀 공연이라고 한다.


주저리주저리 길어졌지만 어쨌든 맛있는 저녁식사와 재밌는 공연으로 행복한 주말 저녁을 보냈고 일주일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금방은 아니지만 올 해안에 또 볼만한 공연이 있으면 챙겨봐야겠다.



- 2023.07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아래는 참고할 수 있는 링크입니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베라피자


본 글은 어떠한 광고목적이나 스폰서 없이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작성된 글이고 보시는 분들을 위해 참고하실 이미지나 링크를 첨부했습니다. 오해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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