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풍경

'이머전시 : 뉴욕 (Emergency : NYC)'을 보고

by 헤이즐넛커피
Netflix official trailer 화면 캡쳐

넷플릭스에서 올해 3월 시작한 새로운 다큐시리즈가 있다. 제목은 '이머전시 : 뉴욕 (Emergency : NYC)'이다. 첫 회를 시작하면서 나오는 문구는 뉴욕에서 시간당 300건의 응급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뉴욕시의 응급구조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응급구조사, 간호사, 각 병원의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각 의료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긴박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며 자기의 일을 하는 과정과 또 일 이외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도 곁들여 보여주고 있다. 맨해튼의 레녹스 힐 병원, 롱아일랜드의 노스 쇼어 대학병원, 그리고 코헨 아동 병원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 병원으로 이송되는 응급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환자들의 치료 과정들도 같이 나온다.


다큐를 보면서 수술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나오는 것에 놀랐다. 모든 과정이 환자나 환자가족의 동의하에 진행된 것이고 보다 보면 다른 응급상황의 심각성을 다룬 것과 달리 인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처음 신고가 접수되고 환자가 이송되는 과정에서 응급구조사들의 노력들이 나오게 된다. 사고 장소일 수도 있고 이미 병원에 도착은 했지만 치료가 어려워 상급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도 있다.


이송장면 중에는 헬기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누가 이 사진만 보면 군사 훈련의 한 장면이라고 오해하기 쉬울 만큼 독특한 사진이다. 고도로 훈련된 의료진이 서로 간 의사소통을 위한 헬멧을 환자를 보면서 환자 의식을 계속 체크하고 이동을 돕는다. 미국이 워낙 땅이 넓어 도심 아닌 이상 주택도 조그만 정원들을 포함해서 많이 짓는 것이 흔하니만큼 병원과 병원 사이 이송을 헬기로 많이 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닐 수 있겠지만 흔한 이송 옵션처럼 보여 부럽기도 했다. 물론 구급차 이송도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우리나라에 비하면 의료비 부담이 상당히 큰 것도 맞지만 이렇게 형성된 의료 인프라는 결국 위중증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급차 이송을 맡고 있는 응급구조사(EMT)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다친 어린 환자를 이송하게 된다. 응급환자 이송이 한두 번 하는 일도 아닌데 다른 때와 달리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내용을 보면서 초반에 그 응급구조사는 이런 일을 배울 때 처음부터 '감정이입을 하지 말라'라고 배운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마음이 급해지거나 약해져 일에 영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언급을 했던 응급구조사가 불필요하게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처음에 이상하게 보였다. 각 회차 마지막마다 일 외에 일상생활이나 에피소드 외의 의료진의 모습을 짤막하게 이어서 보여주는 게 나오는데 거기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응급구조사는 임신 중이었다. 일을 마치고 같이 일하는 동료가 하얗게 질린 응급구조사 얼굴을 보고 불편한 게 있을지 확인하는 의미로 힘든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하라고 한다. 응급구조사는 어린 환자를 옮길 때 어린 환자라서 더 걱정이 되는 것이었고 동료는 그 마음을 알고 일이 끝났지만 동료의 마음까지 챙기는 것이다.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진다.

또 병원에서 간호사 신분이나 이송원으로 근무하는 직원도 신생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부모들과 상담하는 내내 많은 신경을 쓰고 정성을 다한다. 특히 부모들에게 자신은 의사는 아니지만 이 일을 오래 해왔고 제대로 오셨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준다. 알고 보니 그 간호사도 자기 자식이 신생아중환자실 신세를 진 적이 있어 부모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의사들도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공통되게 보여주는 모습이 있다. 바로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모습, 앞서지 않은 자세로 보호자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모습, 그리고 본인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다. 오히려 저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환자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에 찬 약속까지 남기기도 한다. 원래 의료진은 실제로 이런 언급은 좀 피하는 경향이 있다.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언제 어떻게 나빠지거나 급변할지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확정적인 얘기를 하거나 지나치게 희망적인 말은 자칫 보호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품게 할 수가 있고 상황이 악화되거나 예측과 반대로 흘러가게 되면 그때 받는 엄청난 충격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큐에서 나오는 의사들의 말을 보고 들으면서 그들의 엄청난 확신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실력이 기본 바탕에 있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다큐 전반에 응급상황과는 다르게 침착하고 차분한 상황 전개와 그 안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나 보호자와 대화하면서 건네는 농담 섞인 대화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다. 의료시스템이나 수준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 못지않게 수준급이다. 그런데도 아직 의료현장에 대한 여러 사회적 이슈들이 있고 충돌들이 있어 안타깝게 만든다. 그 점이 이번 다큐시리즈를 보면서 뭔가 알 수 없게 씁쓸한 마음도 들게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낭만닥터 김사부'와 같은 훌륭한 분들도 많다. 이제는 미국 다큐를 보면서 시설이나 인력이 부럽지는 않다. 그냥 분위기는 우리도 배울 점이 아직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여러모로 이번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보는 재미와 색다른 몰입감이 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추천할만하다.



아직 몇 편 보지 않았지만 이번 다큐시리즈를 보고 여러 감정이 든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보는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살면서 아프지 않고 매일 똑같은 일상을 아무 일 없이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행복이 없을 것이다. 사람이 평생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안전과 건강이 보호받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평소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 가질 수 있는 희망에 대한 풍경은 곧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 2023.05 생명 최전선을 담은 의학다큐 시리즈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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