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즐넛커피 May 20. 2023

고든 램지 vs 백종원

리더의 자격

이미지 출처 : 유투브 채널 'Hell's Kitchen' 화면 캡쳐

  어느 날 넷플릭스에서 헬스키친이라는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헬스 키친이 Health kitchen인 줄 알고  웰빙 음식에 관한 예능인가 싶었는데 다시 본 제목은 Hell's kitchen이었다.  시즌에 상관없이 회차가 진행되는 과정은 비슷했고 요리를 하면서 대결을 하는 방식으로 최고의 셰프를 뽑는 프로그램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경연 프로가 있었고 모두 자기의 요리실력을 뽐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많았다.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미션들이 주어지기도 하고 각자 자신의 요리실력을 뽐내기 여념이 없다. 다른 넘치는 경연 프로그램들처럼 헬스키친도 그냥 그런 프로그램들 중 하나라면 금방 식상하게 생각하고 오래 보지는 못했을 이다.


  2005년부터 시작한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LA에 있는 현직 식당에서 직접 진행된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수준도 같이 올라간다. 처음 잠깐 봤을 때  고기를 덜 익히고 관자를 잘 못 굽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이나 팀원들과 언쟁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봤을 때 그들이 초보인줄로만 알았지 이미 경력 있는 다른 일반 레스토랑의 셰프들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고든램지는 이미 요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출연시켜 팀을 나누고 프로그램을 거치며 최고의 셰프를 뽑는다. 마지막에 뽑히는 최고의 셰프에게는 고든램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총주방장으로 임명되는 영광을 누린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녹지 않다.  블루팀과 레드팀으로 나뉘어 재료준비를 하고 저녁부터 실제 헬스키친 매장에서 요리를 하게 되는데 개인적인 경연이 아니라 실제 식당 주문을 소화하면서 실전을 바로 겪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받는 주문은 단순히 예정된 메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 음식을 주문하고 맛보는 이들은 고든램지의 최고의 식당을 찾아온 VIP들이다. 아메리칸아이돌 우승자, 유명한 복서, 전 대회 우승자들이나 다른 유명 레스토랑 오우너, 셰프들이나 연예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주문을 소화한다. 이 과정에서  음식이 실제 테이블에 나가기 전에 실제 수셰프들이 간단히 테스트하고 고든램지도 체크했을 때 통과가 돼야 음식이 나갈 수 있다.  식당이 꽉 차고 주문이 밀리면 주방도 정신이 없어지고 메뉴마다 조리시간도 달라 팀원들끼리 손발이 맞지 않으면 코스요리 전체 흐름이 깨질 수 있다. 실제 식당 운영 시간 외에도 간단한 미션들이 주어지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며 각 팀에서 팀원들이 제일 못하고 실력 없는 팀원 후보를 추천받고 그들 중 한 명씩 탈락된다.


  고든램지(Gordon Ramsay)는  주방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모든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관찰한다. 팀원들이 흐트러지거나 집중하지 못할 때나 내온 음식이 형편없을 때 여지없이 고든램지의 호통을 듣게 되고 음식이 엉망이면 주저 없이 주방 뒤편이나 쓰레기통으로 요리를 집어던지기도 한다. 오픈주방에 당일 방문한 손님들은 이 과정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게 된다.  때로는 주방 밖으로 모두 불러내어 호되게 욕을 하거나 요리를 망친  팀원은 내쫓기도 한다. 한때는 고든램지의 욕설과 호통이 프로그램 인기 이유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17년 넘게 시즌이 계속되면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궁금해지다가 더 근본적으로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가 되는 고든램지의 뛰어난 능력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일류 셰프가 되고 많은 식당을 운영하는 고든램지의 리더십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또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또 하나의 유명 셰프인 백종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침 백종원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인 '장사천재 백사장'도 보면서 둘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성공한 리더들의 자격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리더의 자격


1. 풍부한 경험

  팀원들이 요리를 가져오면 고든램지는 그 음식을 먹어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눈으로만 보고 손으로만 눌러보고도 고기의 익힘 정도를 간파해 낸다. 당연하지 싶은 이것도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요리를 내간 팀원도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고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챙기거나 거르지 못한 채 고든램지에게 요리를 가져다 놓은 것이다. 결국 풍부하지 못한 경험은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고든램지는 눈으로만 보고도 귀신같이 요리 잘 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지만 그 주방의 다른 출연자들은 그만큼 하지 못한다. 그러니 고든램지는 호통칠 자격도 있고 다른 출연자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든램지의 귀에 천연덕스럽게 꽂혀있는 연필하나가 꽤나 독특하게 보인다.  요리에 펜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오랫동안 요리를 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적어가며 연구했을 때 습관이 흔적으로 보인다. 요리할 때 손을 더럽히거나 치렁치렁 거추장스럽지 않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쉽게 필기구를 찾기에 저곳이 꽤나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은 직접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  최근 방송에서는 나폴리에서 '백반집'이라는 식당을 오픈해  현지에서 처음 한식을 판매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다양한 파스타요리가 있고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이라 처음 맛보는 한식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개인별 취향이 다양하고 식당에서 세세한 요구가 아무렇지 않은 당연한 문화라고 하는데  방송에서도 제육쌈밥 하나 시키는데 덜 맵게, 안 맵게 등 다양한 요구가 있지만 백종원은 모두 능숙하게 처리해  고객의 니즈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만족감을 준다.


2. 적극적 소통과 친화력

  고든램지나 백종원  모두 프로그램 안에서  팀원들과 소통을 많이 한다.   일을 모르지 않는다고 직책이 높다고 알아서 돌아가도록 놔둔다면 팀원들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결과물을 최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시스템이 갖춰지고 부하직원이 충분하거나 인력이 여유가 있다고 감독만 하는 느낌으로 가끔 나타나고 그나마 잠깐씩 나타나서 하는 말이 모두 잔소리나 질책만 있다면 아무도 믿고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직급이 높고 여유가 생기면 불편하거나 귀찮은 일은 신경 쓰기 싫거나 다른 사람에게 다 맡기고 결정만 하려고 할 수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 직원들의 생각을 알지 못하면 평생  'Latte is horse'만 외칠 수 있고 신뢰를 얻지 못하는 대표는 결국 허수아비 꼰대가 되고 만다.  


  고든램지는 각 미션 중간에 우승팀을 뽑고 우승팀 팀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으로 휴식을 주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최고의 마술팀이나 공연팀들을 초청하거나 직접 방문에 공연을 볼 수 있게 하거나 최고의 호텔  숙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영장에서 휴식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때에는 꼭 고든램지가 직접 가서 안내도 해주고 식사를 할 때는 팀원들을 좋은 말로 격려해주기도 한다.  출연자들이 이때 고든램지와 악수도 하고 따로 사적인 만남을 갖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요리복이 아닌 캐주얼한 고든램지 모습에 또 감동받기도 한다. 가끔은 팀원을 본인의 사무실로 직접 불러 지금 생각은 어떤지 듣기도 하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사실 리더가 이미 되었을 때보다 적극성이나 친화력은 이미 앞서 언급한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히 다지면서 밀도 높고 풍부한 경험을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할 것이다.


3. 결단력과 유연성
이미지 출처:장사천재 백사장 방송화면 캡쳐

  지금 방송 중인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최근에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백반집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처음 가게 입지 정하는 것부터 메뉴 정하고  식당 인테리어까지  모든 과정들을 볼 수 있다. 처음 백종원은 이탈리아에서 피자와 파스타 요리가 유명하고 가게 입지를 선정할 때도 번화한 피자가게 골목도 있는 만큼 한식하고 접목시킨 불고기 피자를 팔아보려고 시도해 본다. 하지만 현지인들을 모시고 테스트한 결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고 반응이 썩 좋지 않자 우리의 한식  메뉴로 정면 돌파하기로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칼국수와 제육 쌈밥 정식 등 메뉴는 정했지만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에게 설명이나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고  같이 장사를 하게 된 이장우와 유리가 아이디어를 내어 음식 먹는 법을 식당 벽면에 모니터를 설치해서 영상을 틀어놓는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도 영상에 관심이 없거나 맛 자체가 맞지 않으면 어차피 요리는 팔리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필요했지만 현지인들에게 이 작전은 먹히기 시작한다. 급기야 근처 경쟁 식당 사장도 와서 맛도 보고 여러 가지를 묻기까지 한다.


 커피를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K-커피라고 하고 소위 다방커피를 후식으로 주기까지 한다.  맛은 괜찮다는 반응이 있었으나 식후 커피까지 마시니 대기줄이 생겨도 나가지 않는 손님들 덕분에 식당 회전율이 낮아지는 상황이 생겼다. 다시 커피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게 된다. 방송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제작진조차 백종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따르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그 모든 책임을 지는 백종원의 위치에서 여간 부담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금방 결정을 내리고  유연하게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모습에 역시 천재나 프로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느껴진다.


  이제까지 나열해 본 여러 자질들이 리더에게 꼭 필요한 자격들일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갖춘다면 사람들  집단 속에서 점점 주목받고 사람들이 따르게 되며 모이게 될 것이다.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


  번외로  헬스키친에서  탈락자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말이 많거나 앞뒤가 안 맞는 사람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실력과 상관없이 탈락자로 뽑히게 된다. 실제 요리 실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때 이런 요소들이 팀워크를 해치게 되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안 좋게 보이게 되고 탈락자로 가게 되는 것이다. 또 실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도 못하지만  자부심이 강하고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도 탈락자가 된다.  방송을 볼 때 이런 행동들이 보이면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못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팀과 어울릴 수 없고 팀과 자기 자신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겸손함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자세까지 겸비한다면 어느 자리에서나 성공할 수 있으며 리더를 떠나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자신의 행동과 언행을 자주 되돌아보고 타인의 입장에서 다시 평가해 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개인적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또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극대화될 수 있는데 다양한 것들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차이점과 부족함을 찾고 배운다면 아주 폭넓은 분야의 인간과 관계에 대한 이해를 겸비할 수 있다. 일류 대학이나 직장에서 성적이 우수한 사람도 원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 2023.05  헬스키친을 보고





매거진의 이전글 희망의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