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몇 번의 태풍이 더 지나갈지 아직은 모르지만 더위가 완전히 물러나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거 같다.
1주 이상도 전부터 아내가 여름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이번 주말도 집에서 쉬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아내가 나가자고 한다.
"오빠, 내일 놀러 가자!"
"아직 감기도 다 안 떨어졌는데?"
"아냐~ 와이프 심심해서 내일은 나가야 돼!"
감기로 지난 주말은 열도 계속 나고 평소 싫어하던 약도 먹으면서 주말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골골대며 흘려보냈던 터라 많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열은 떨어졌는데 기침도 나고 목소리가 쉰 목소리처럼 변한채 나아지지 않고 오래가고 있다. 냉방병인가 싶지만 더운 여름에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버티기도 힘들고 출근하면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고 오니 증상이 오래가는 것 같다. 여러 번 안 된다고 했지만 역시 아내의 고집은 보통이 아니기에 이번에도 져주기로 한다.
이번 목적지는 '광명동굴'이다. 검색해 보면 자료나 블로그들이 잘 나와있어 관련 정보는 얻기 쉽다. 서울에서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소요된다. 대략 1.7km 정도 남았을 때 좌회전하는 교차로가 나왔는데 남은 거리에 비해 도착 소요시간이 길게 내비게이션에 나왔다. 가다 보니 알게 되었는데 그 교차로에서 교통경찰이 바로 갈 수 있는 좌회전을 통제하고 직진시켰다. 직진해서 약 1km를 더 가서 유턴, 그리고 다시 교차로에 와야 그만큼을 줄을 서서 차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동굴에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생각보다 거의 다가서 약 30분 정도가 더 걸리는 것을 감안해야겠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동굴 관람하는 중간에 동굴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많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랜 역사가 있으면서 2015년 4월부터 지금의 '광명동굴'로 명칭이 바뀌어 불리고 있었다.
1,2 주차장 정도는 주차하고 걸어서 입구가 멀지 않았다. 매표소는 3군데가 있는데 동굴 입구와 가까운 1매표소까지 가서 키오스크에서 입장권을 사는 게 가장 간편할 것 같다. (우리는 매표소3에서 줄을 서서 샀다.광명시민은 50% 할인이 있었고이런 경우엔 키오스크 말고 매표소에서 직접 확인받고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동굴은 입구부터 시원했다. 마치 안에서 에어컨이라도 틀어놓은 거처럼 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모르긴 몰라도 밖과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입구 쪽만 그렇고 더 안에는 더 시원해져서 밖과는 15도 이상 차이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굴 안에서 관람로가 입구와 출구로 나뉘는 공간인데 여러 조명으로 특이한 분위기가 나게 꾸며놓은 공간이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 있었다. 파란 분위기에 여러 형태의 우거진 풀잎들이 마치 아바타의 배경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동굴에서 관람로로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예술의 전당이라는 곳이 나왔다. 객석을 만들어 놓았고 무대는 특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공연도 했었던 것 같다. 지금 진행되는 것은 사진에서 보이는 동굴 벽과 천장에 빔을 쏴서 약 3분가량의 영상을 보는데 색다르고 괜찮았다. 다들 신기해하면서 짧은 영상이 끝나고 나니 다 같이 박수를 쳤다.(영상이 궁금한 분들은 한번 직접 방문해서 관람해 보세요.)
남산에 자물쇠가 있듯 이곳 동굴 안에는 황금패가 있다. 광명동굴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이나 꿈을 적고 묶어서 벽을 만들었다.
광부들의 생명수였던 동굴 안에서 만들어진 호수가 있었다. 동굴 안이기 때문에 오염될 리 없이 1 급수의 물로 멀리서 보아도 투명하니 아주 맑게 느껴졌다. 한번 맛도 보고 빠져서 수영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걷다 보니 지하 동굴은 생각보다 길었다. 곳곳에서 사진도 찍고 돌다 보면 오르락내리락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다 돌고 나오기만 해도 거의 1시간가량 소요되었다. 동굴 안에 와인너리도 있지만 와인시음은 하지 않았다. 사진으로는 다 담지 못했고 공개하지 못하는 다양한 볼거리도 있었다.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고 동굴 주변에 가까운 곳으로 VR체험, 보물찾기 체험하는 곳도 있었다.
동굴 입구 조금 아래에 노천카페가 있고 여기서 사람들이 들어가기 전후로 많이 쉬면서 간식도 먹곤 했다. 베이글이 생각보다 많이 사갔고 앉아서 먹는 메뉴로는 핫도그가 많이 보였다.우리는 앉아서 치즈통감자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나눠먹었다. 이렇게 주말 외출을 마무리하며 돌아왔다.
내려오다 보니 아이들도 많고 연세 많으신 분들이나 휠체어를 타는 어르신도 있었지만 오르락내리락 코스가 있어서 잘 못 걷는 유아나 어른들은 관람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명 동굴이 광명시 시민에게 생각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고 봤는데 유지관리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볼거리로 기대 이상이었고 아내도 완전히 낫지 않은 몸 상태였지만 서울에서 멀지 않게 적당히 바람 쐬기 좋은 곳이었다.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동굴 안 호수에서 카약을 탈 수 있는 충주 활옥 동굴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