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날씨가 기승인데 칼부림 사건, 새만금 잼버리 등등 뉴스가 다양한 이슈들로 정신이 없다. 그래서일까 내가 티브이를 예전보다 덜 보기도 하지만 항상 무더운 여름이면 기다렸다는 듯 돌아오는 납량특집 프로그램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지 캡쳐 : 기상청 날씨누리
정신없는 우리를 정신 차리게 하려는 걸까. 갑자기 태풍 카눈이 진로까지 바꾸어 우리나라를 관통한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새만금에서 자리를 지키며 행사를 챙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님께서 자리를 옮겨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계신 모습이 뉴스에서 나온다. 참 힘이 드시겠다 싶다.
사실 태풍이 관통하기 시작하는 내일(8월 10일)은 말복이다. 태풍이 오지 않고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졌다면 뉴스에서는 말복이나 삼계탕 뉴스가 많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소위 절기들이 돌아올 때마다 희한할 정도로 날씨가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벌써 올해도 이만큼 지났구나 하고 새삼 시간흐름을 느끼기도 했다.벌써부터 말복을 잊게 하는 태풍 카눈은 얼마나 강하고 어떻게 흔적을 남길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번에는 크게 피해를 입고 다치거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버지 약을 갖다 드리러 잠시 들른 본가에서 어머니가 또 바리바리 먹을 것들을 챙겨주셨다. 집에서 직접 끓인 삼계탕을 받았는데 나도 이때나 돼서야 내일이 말복임을 알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큰 그릇에 옮겨 붓고 끓이면서 가만히 보고 있자니 별것 아닌 것이 은근 힐링포인트이다. 하얗고 뽀얗게 우러난 닭 국물에 삼이 익어 퍼지는 냄새가 벌써부터 든든하다. 먹고 나니 맛있고 차분해진다. '그래 이런 맛이지!'
태풍과 삼계탕,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지만 잠시 최근 일은 잊고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만드는 것들이다. 우리는 지금 이런 것들이 휴식만큼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가족을 살피며 맛있기보단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같이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