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안부를 오래간만에 물었다. 평소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아무도 나무랄 데 없는 아주 평범하고 착한 사람이다. 어쩌다 보니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졌고 정말로 어이없게도 여러 말도 안 되는 비난과 스트레스는 물론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으면서 일하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다. 항상 분쟁이 있으면 양 당사자들의 입장이 다른 게 당연하겠다. 중간에서 볼 때 양측 모두를 알고 그 분과 그들의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있는데 옆에서 봐도 짠하기 그지없고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았다. 신기하게도 전부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언제 종교를 찾게 되고 신에게 기도할까. 종교를 갖고 있다고 해서 신실하게 믿는 사람이 아니면 다들 착하게 기도를 열심히 하면서 사는 것은 아니다.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이 보지만 그들이 믿는 교리대로 착하게만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어려울 때 고난에 울부짖고 하염없이 하소연하고 기대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우리는 신을 찾고 기도라는 것을 한다. 그나마 항상 잠시나마 바람을 담아 나 스스로나 주변에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순간순간 화살기도를 하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뭔가 더 도덕적 기준을 높게 갖고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쨌든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언제 그런 믿음이 있었는지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갑게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결국 신앙과 삶의 연결고리가 매우 희미하고 신앙이나 종교를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특정한 공감대안에 섞여 내 삶의 문제나 죄가 희석되길 바라는 미필적 고의 같은 믿음으로 밖에 볼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종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난 교회갈래? 맛집 가서 맛있는 거 먹을래? 하면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놈이야~"
"내가 절/교회에 가는 건 연중행사야~"
"마지막에 언제 갔는지 기억도 안 나네~"
종교에 대한 심오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열심히 믿지는 못할망정 어떤 종류가 됐든 적어도 종교를 믿고 있다고 한다면 항상 떳떳하고 결백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선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비인간적인 대우나 태도는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일상을 살다가 각자의 삶이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정말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각자의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완주를 하기 위해 각자의 의미 있는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되고 인생에서 중요도가 뒤로 밀리는 것은 결국 종교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나 기도와 같은 행위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일수도 있지만 결국 가만 보면 각자 사실은 모르지 않을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일 것이다.
종교를 종교대로 제대로 믿지 못하는 것은 이미 그전에 자기 마음속의 차단선인 양심이라는 선을 쉽게 지나쳐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거창하게 기도나 신을 논할 것도 없고 당장 나의 편의와 갖고 싶지 않은 근심, 책임들을 양심이 작동해서 머릿속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을 하면서도 실제는 양심마저 저버리기 때문에 믿는 종교나 종교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모두 미루고 애써 외면하는 것들은 언젠가 분명 돌려받거나 심판받지 않을까 하는 것도 다분히 종교적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양심은 어디 가버리고 자기들의 이익과 편리대로만 살면서 다른 사람들을 뭉개고 비참하게 하는 실제 법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모든 이들이 죗값을 꼭 치렀으면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살지도 모르겠다. 내 모습과 가장 비슷하고 내가 드러나는 최소한의 가면은 쓰고 있다 하더라도 좀 더 나 그대로 사람들에게 비치고 믿음을 더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줄 알았던 가면이 알고 보니 본모습과 달랐다면 그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나를 감추고 돋보이게만 하는 거추장한 것이 아니라 양심이라는 가면을 쓰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