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옷

-옷과나

by 하누


옷에 진심이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 2년 남짓. 여가와 취미라는 방에 책, 영화, 게임은 늘 삼대장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엔 어떤 것도 대체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취미라는 성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큰 나 같은 사람은 특히. 내 삶에서 옷은 기능적인 요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옷이 낡고 작아지면 새 옷을 샀다. 돈이 없을 적에는 나름 스타일에 관심이 있던 친구 한 명을 대동해 구제 옷을 파는 옷가게를 돌아다녔다. 최대로 쓸 수 있는 돈은 그래 봐야 5만 원을 조금 넘는 돈.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가성비 하나만을 보고 갔던 그곳은 '가성비'로 퉁치기엔 쉽지 않은 곳이었다.



사장들은 "편하게 구경하다가세요."라고 세상 친절한 미소로 띄며 말을 했지만 딱 30초뿐이었다. 옷을 유심히 볼 때마다 옷을 팔겠다는 야수의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구제 시장에 나름 잔뼈가 굵은 친구 녀석은 절대로 부르는 가격에 사지 말라는 원칙 하나만을 고수하며 제법 괜찮은 옷들을 골라주었다. 일정 가격 이하로는 돈이 없어 살 수 없다는 마법의 문장은 앳된 20대 초반 남자 녀석 둘에게 최고의 방패였다. 점원들이 부른 가격보다는 모두 싸게 살 수 있었고 사이즈가 커서 잘 안 나간다는 가을 코트까지 얹어준 기억이 난다. 천 원,오백 원이 아쉬웠던 20대 초반의 나에게 옷은 그런 것이었다. 구제 시장에서 잘 건진 옷으로 몇 년을 날 수 있다면야 최고 아니겠는가 하며.



현재 그때 샀던 구제 시장 옷은 이미 헌 옷 수거함으로 간지 오래다. 아이러니하게도 안 팔려서 거의 공짜로 받아온 코트는 몇 해가 지나도록 멀쩡하고 내 몸에 딱 맞았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정장 브랜드의 코트였다.

사 온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간절기에 잘 입고 다니는데 구제시장에서 결국 제 값 이상한 것은 그 코트 한 벌뿐이었다. 그랬던 나는 20대 중반을 기점으로 '옷질'에 빠져 게임을 하듯, 책을 읽듯, 영화를 보듯이 옷을 보고, 사고, 입고, 찍고 있다. 여러 옷을 입었던 순간을 찍는 일은 글로 남기는 것보다 쉬웠다. 행동력과 날씨, 카메라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룩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사진뿐만이 아니라 글로도 남겨보려 한다. 사회와 일상, 책과, 영화 사이만을 오가며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이제는 옷이라는 새 친구도 맞이해야하지 않을까 해서다.






이 매거진은 앞으로 옷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잡념, 에세이, 짧은 소설을 주제로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필자는 패션 전공자도, 전문가도, 업계 사람도 아니지만 옷을 진심으로 애정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써보려 합니다.



202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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