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비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문제점
트렌비의 MVP(Minimum Viable Product)와 핵심 기능
트렌비 창업 당시에는 처음부터 쇼핑몰을 만드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비즈니스가 제대로 동작될 수 있을지 먼저 테스트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도몰이라는 쇼핑몰 솔루션을 이용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최저가의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을 만들게 되었다. 즉, 트렌비의 MVP는 명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을 전 세계적으로 검색하여, 대신 구매하여 고객들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1. 최저가 스캐너
트렌비는 고객들에게 전 세계의 200여 개 명품 사이트를 분석해 상품별 전 세계 최저가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따라서 고객들은 상품별 가격 정보와 함께 최저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 구매 대행 및 배송
고객이 최저가 비교 후 트렌비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때, 트렌비는 최저가를 제공하는 해외 쇼핑몰로부터 대신 구매를 하고 고객에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3. 부가적 기능
해외 구매대행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게 되면 이 제품이 정품이 맞는지, 하자가 있는지, 국내에서 A/S가 가능하지 걱정될 수 있다. 그래서 트렌비는 고객이 상품을 먼저 받아보기 전에 전문가가 직접 상품을 검수하고 결과를 안내해 준다. 만약 정품이 아닐 시 200% 보상 정책도 펼치고 있다. 또한, 20만 원 이상의 상품은 국내에도 백화점과 동일한 수준의 A/S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렌비가 웹 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을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1. 모바일 쇼핑 비중의 증가
2018년 업계가 추정하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00조 원이며 그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7%이다. 즉, 매월 5조 7천억 원 정도의 거래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모바일 쇼핑의 편리한 접근성과 빠른 결제 과정 등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더 이상 PC로 구매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이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픈 서베이에 의하면 전반적인 쇼핑 행태에서 역시 모바일이 가장 활발하다. 채널별 최근 3개월 내 구매 경험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했다는 응답이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했다는 응답보다 많았다(각각 84.2%, 81.1%). 이는 특히 30대 여성에서 높게 나타났다.
2. 구매 전환율
앱과 모바일 웹을 모두 제공하는 커머스에서, 앱을 통한 매출이 66%를 기록하며 모바일 웹(3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쇼핑 앱의 구매 전환율은 모바일 웹 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모바일 웹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실제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3. 마케팅의 효율성
① 푸시 메세지(Push Message) 발송
푸시 메세지 발송 한 번으로 수천, 수만 명의 기존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다. 배너로 같은 효과를 보려면 많은 광고비를 써야 하는 것에 비해, 이 방법은 쇼핑몰로 기존 고객을 부르는 가장 강력한 저 비용 마케팅 수단이다.
② 광고 성과 추적(Tracking)
정확한 광고 성과 추적(Tracking)이 가능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효과적이고 정확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 B, C의 광고를 올리고 이를 한 사람이 모두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모바일 웹일 경우에는 3명이 본 것으로 인식하여 이에 따른 모든 광고비가 나간다. 하지만, 모바일 앱을 통해 보았다면 중복을 제거하고 맨 마지막에 어디서 봤는지(라스트 클릭)를 확인한다. 따라서 광고비도 1회분만 소진되어 효율적인 광고 예산 사용을 돕는다.
트렌비의 현재 기술 스택은 어떻게 될까?
트렌비가 창업하고 1년 후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되고,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트래픽이 몰려와도 끄떡없는 아키텍처를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프론트엔드(Front-end)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빠른 웹사이트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고, 개발팀이 셋업 된 후 1년 반이라는 시간에 거쳐서 트렌비 웹사이트와 자체적인 백오피스 시스템까지 개발할 수 있었다.
트렌비의 기술 스택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기업에게 기술 개발 스택은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개발 스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더 나은 기능, 유지 보수, 채용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고, 그 회사가 선택한 기술에 따라 개발 문화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스택은 상당히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트렌비가 초창기 출시 단계에서 자체 개발이 아닌 고도몰을 이용하고, 먼저 비즈니스가 시장에 적합한지부터 검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발 스택을 정하기 이전에 MVP는 무엇인지, PMF는 달성하였는지부터 확실하게 점검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트렌비는 스케일업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럴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트렌비는 고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PMF를 이루어낸 뛰어난 역량을 갖춘 회사이다. MVP를 위한 핵심 기능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특가 세일 정보를 알려주는 '세일 스캐너'와 중고 명품을 대신 팔아주는 '중고 장터'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 결과로 트렌비는 다음과 같은 성장을 이루었다.
- 2019년 연간 거래액 451억 원, 누적 거래액 700억 원 달성
- 2020년 7월 110억 원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
- 2020년 11월 기준 MAU(월간 이용자 수) 450만 달성
그렇다면, 트렌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하지만 트렌비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점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기술에만 편중된 감성이 부족한 서비스'라고 말하고 싶다.
1. AI의 한계점
트렌비는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지, 할인율이 가장 높은 상품은 어떤 것인지 등의 뛰어난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발표된 기사에 의하면 향후 고객들에게 AI가 분석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기능도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 사람들은 실용적인 가치(이성적인 소비)를 위해 명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 트렌비의 주 고객들은 단순히 최저가로 명품을 사는 것에만 목적이 있을까?
- 트렌비에서 명품을 싼 가격에 구매하는 것 이외에 다른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 인간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패션 분야에서 고객에게 AI로 다가갈 경우, 고객이 흥미를 느끼고 구매를 할 수 있을까?
- AI를 적극 활용하되,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입는다는 기능을 넘어서 예술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패션업계에서는 Fashion Merchandiser라는 직군의 중요성이 상당히 크다. 판매 실적을 분석하고, 디자인적 감각을 활용해 총합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트렌드를 앞서 예측하여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사람이다. AI는 판매 실적을 분석하는 부분에서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 사람의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디자인적 감각(직관)을 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Fashion Merchandiser의 직무를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또한, TV 쇼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혹은 패션계에서 저명한 사람이 나와 트렌드에 설명하고, 아이템을 골라서 추천해 주면 사람들은 따라서 구매하게 된다. 온라인 쇼핑에서 'MD의 추천' 상품을 고객들이 신뢰감을 가지고 구입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성장함에 따라 인플루언서들의 개인 패션 비즈니스 역시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이는 트렌비의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반대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동대문에서 만 원에 살 수 있는 옷을 인플루언서가 예쁘게, 혹은 멋있게 입고 사진 촬영한 후 5만 원에 판매를 하더라도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상품을 구매를 하는 것이다. 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인플루언서의 선택에 대한 신뢰감과 그 옷을 구매함으로써, 자신 또한 인플루언서처럼 예쁘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이는,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소비를 하는 것이다.
위 두 가지 예시는 공통적으로 사람이 가진 감각(직관)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다. 또한, 상품의 포장에 대한 중요성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이는 모두 인간의 감정적 판단이 작용하는 '감정적인 소비 심리'가 이끌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우리가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 GUI 디자인의 심미성 및 감성적인 측면의 결핍
트렌비가 가진 약점이 무엇인지 꼽자면 시각적인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패션 커머스 서비스일 경우 웹, 모바일 환경에서 디자인의 심미성에 대한 중요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이 쇼핑을 하는 동안 ‘눈이 즐거운 시 공간의 제공’ 은 결과적으로 좋은 고객 경험으로 이어 나가기 때문이다. 비록, 최저가를 찾아 주아 주고 구매 대행을 수행하는 것이 주 목적인 트렌비라고 할지라도 이는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아래에 이미지를 통해 명품 프리오더 서비스를 제공하는 d.code의 GUI 디자인과 비교해 보았다. d.code의 GUI 디자인은 그 심미성이 뛰어나, 구매자들의 시각적인 욕구를 잘 충족시켜 주고 있고, 이는 트렌비와 비교하였을 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d.code의 화면의 레이아웃 및 구성 요소들은, 고객들에게 명품을 판매하는 장소처럼 느낄 수 있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자아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명품 구매'와 걸맞게 고급스러운 경험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트렌비는 명품보다는 저렴한 물건을 구입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앞서 AI의 한계점에서 언급했던 부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트렌비는 '매거진'이라는 섹션을 만들었다. 아래 이미지에서 왼쪽이 트렌비의 예시인데, 트렌비가 선택한 몇 가지 상품에 대해서 에디터의 의견과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 가성비, 실용성, 주목 효과 등에 별점을 매기어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그 아이디어와 의도는 상당히 좋지만, 별점을 매긴 항목들이 소비자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상품에 대한 에디터의 견해를 추가해서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적인 레이아웃이 별점에 강조되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화면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심미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반면에 이미지의 오른쪽은 d.code의 매거진 섹션에 대한 예시이다. 제품을 소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스토리텔링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 비교적 실용성보다는 명품의 '예술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어떠한 이미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는데, d.code는 상당히 퀄리티 높은 이미지를 사용하여 심미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리하자면, '개발자를 통해, 개발자에 의해, 개발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회사' 트렌비가 현재와 같이 기술에 중점을 둔 기업으로만 머무른다면 언젠가는 한계점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왜냐하면 트렌비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명품 구매 목적이, 단순한 실용성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 추구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없던 명품관이라는 트렌비,
과연 명품관의 외관과 인테리어를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까?
비즈니스가 고객의 시각적인 욕구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은 큰 결함이라고 생각한다.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내재된 소비 심리는 감정적 소비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트렌비 역시 고객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플랫폼인 만큼, 그에 걸맞은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여 고객들이 실용 그 이상의 경험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