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의지로 개척해낸 땅, 아니 물?
네덜란드에서 유학을 했거나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낮은 땅, 높은 꿈", 줄여서 "낮땅높꿈"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형성한 페이스북 페이지이다. 비자나 법률문제 등 혼자서 해결하기 난감한 문제들부터 어디에서 한식을 맛있게 잘하는지 등 자잘한 문제들까지 모든 고충과 일상이 공유되는 공간이다. 나 또한 네덜란드 도착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도움을 받았다. 한국인들은 어딜 가도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경향이 서로를 기꺼이 도와주려는 성향도 있어서 외국에 나와 있을 때는 이러한 한인회 (낮땅높꿈 이외에도 화란회라는 곳이 있는데, 연령대가 좀 더 높은 교민분들이 사용하는 듯하다)를 알아두는 게 정말 유용하다.
도움을 받아서 뿐만 아니라 나는 이 페이지의 이름도 참 좋아한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부터 네덜란드라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나라로 오게 된 한국인들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낮은 땅에서 크고 높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마케터인 지금은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지은 브랜드 네임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네덜란드는 이름 자체도 네덜(Neder)이라는 더치어로 "더 낮다"라는 단어와 란드(land), "땅"이라는 의미를 가져서 더치어로는 Nederlands, 영어로는 the Netherlands이다. 말 그대로 낮은 땅이라는 뜻인데 그 이유는 전체 면적 25% 이상이 해수면 높이보다 낮고 점차 그 면적이 해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을 갖고 있는, 지리학적으로 봤을 때는 운이 없는 나라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들을 수세기에 걸쳐 생각해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는 댐(dam)도 사실 네덜란드에서 생겨났는데, 수도인 암스테르담 (AmsterDAM)에서 알 수 있듯이 암스테르 강에 댐을 세워 물을 막아 건설한 도시다. 암스테르담 이외에도 네덜란드의 무수한 곳에서 이렇게 해수면이나 물길을 막아 인공적으로 땅을 건설해 지은 지역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끔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내게 지금은 어디에서 살고 있냐고 물을 때 네덜란드라고 대답하면 열에 아홉은 "아~ 거기 풍차, 튤립 유명한데? 그래..? 근데 거기는 무슨 언어를 쓴다니?", 혹은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아~ 거기, 2002 월드컵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 아니었나?"라는 질문을 듣는다. 사실 나조차도 네덜란드에 오기 전에는 이 나라에 대해서 무지했다. 이탈리아에서 살던 시절 유럽 여행을 더 다녀보자라는 마음으로 처음 방문하게 된 암스테르담 그리고 마스트리흐트 지역에서 나는 말 그대로 내 생에 두 번째의 컬처쇼크를 받았다.
이 사람들, 영어를 왜 이렇게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