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러운 아기 고양이
2020년 9월 14일, 덱스터 (Dexter)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데려오기 전부터 극히 들떠있던 남자 친구가 이런저런 이름을 생각해보고, 메모장에 적어두기 시작했었는데 그 리스트에는 덱스터 (미드에서 따왔냐고 많이 묻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이름이 멋지다고 생각했다.)를 포함해서 비노 (Vino-우리 둘 다 와인을 너무 좋아해서), 오레오 (Oreo-흰/검 고양이면 딱 맞고 레오라고 부를 수도 있으니까), 밥(Bob,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에서 차용) 등이 있었다.
고양이를 분양하던 곳은 그냥 흔한 도시 외곽의 넓은 앞, 뒷 정원이 있는 가정집이었는데, 두 마리 고양이와 두 마리 큰 강아지들과 함께 살고 있는 부부였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자기네들 고양이들끼리 발정이 나서 사고를(!) 쳤다고 한다. 아빠 고양이가 메인쿤 (Maine Coon)이었는데 메인쿤은 고양이 종류 중에서도 가장 큰 고양이로 유명하고 그 거대한 사이즈에 마니아층도 두터운 편이며, 분양비는 경우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비싸기도 비싸다. 아무튼 이 주인분께서는 이 메인쿤을 종특에 따라 거대하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으로 중성화를 시키지 않고 버티다가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수컷 메인쿤은 3살까지 자라는데, 중성화를 시킬 시에 호르몬 분비가 중단되어 성장을 멈춘다고 한다). 그래서 하프 메인쿤, 쿼터 시암 니즈 (엄마 고양이가 하프 시암 니즈) 아기 고양이 4마리가 예상치 못하게 들어앉게 생겼다고 했다. 음, 정말 예상을 못했던 걸까? 싶긴 했지만.
아무튼, 그중에서도 메인쿤의 특징 - 큰 귀, 큰 몸집, 장엄하기까지 한 길고 풍성한 털- 을 가진 특색 넘치는 아이들은 이미 분양이 될 가정이 정해져 있었고 남겨진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흔한 수컷 턱시도냥, 다른 한 마리도 흔한 암컷 삼색 냥이 었다. 솔직히 말하면 메인쿤인지 시암 니즈인지 모르겠고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들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암컷 삼색 냥이 너무 예뻐서 그 아이를 데리러 오려 했는데, 남자 친구 말로는 그 다른 수컷 아기 턱시도 고양이가 자기를 선택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놀기도 좋아하고 기운도 넘치고 자기만 졸졸 쫓아다니던 게 너무 귀여웠다고. 남자 친구는 턱시도 아가를 안아 들고 푸근한 인상의 (전)주인분께 "얘는 이름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응, 걔 이름은 덱스터야."
오, 마이, 갓. 운명임에 틀림없었다.
"당장 이 아이를 데려갈게요, 그래도 될까요?"
애석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게도 그 주인 부부는 고양이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아끼시던 분들이라, 아직 아가들이 사회성 발달을 끝내지 못했으니, 좀 기다리다가 2.5개월 차에는 데리고 갈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게 데려갈 새 주인들, 엄마 고양이, 아빠 고양이, 그리고 아기 고양이들에게 다 할 도리인 것 같다고.
그로부터 한 달 동안 나는 과장 조금 보태서, 아기 고양이 교육이나 적응훈련에 대해 볼 수 있는 동영상은 거의 다 보았고 (미야옹철, 고부해, 윤쌤 감사합니다!!) 고양이 관련 서적도 두권이나 읽었다 (당당한 집고양이 만들기에 대한 외국서적). 한 달 후, 우리는 그렇게 덱스터를 맞이하게 되었다. 캣타워도 놓고 화장실, 물그릇, 사료그릇, 이동장, 장난감 등등. 준비가 끝났다. 전 주인 분들의 말이 맞았음을 증명하듯이, 덱스터는 모든 교육이 말끔하게 잘 되어있는 상태였다. 화장실도 척척 가고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먼저 다가오는 당당함으로 덱스터를 구경하러 온 친구들의 사랑과 관심을 홀랑 다 가져가 버렸다. 그루밍도 혼자서 잘하고, 사냥놀이도 멋지게 해내는 너무나도 장한 모습이었다. 오직 반려견들만 키워본 내겐 신세계였다. 화장실을 혼자 간다고?! 게다가 뒤처리도 자기가 한다고?! 뭐야, 얘 빗질도 별로 필요 없잖아?! 게다가 털에서 냄새도 안나...!!! 뭐지, 이 생명체는?!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다행스럽게도 덱스터를 데려온 시기에 네덜란드에서는 락다운이 시행되며 내가 집에만 있게 되었다. 남자 친구도 이웃 나라로 단기간 발령이 되며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 말까지는 덱스터와 나만이 남은 새 집에서 엄청난 양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말 그대로 24/7. (이 락다운 기간 동안의 삶은 나중에 따로 쓰기로... 너무 다사다난해서...) 우리는 엄청나게 친해졌다
가끔은 덱스터의 반짝이는 우주 같은 눈을 바라보며 묻는다. "나도 가끔은 우리 엄마가 보고 싶은데, 너도 너희 엄마가 보고 싶니? 너희 엄마 너랑 정말 똑같이 생긴 고양이었는데." 그러면 정말 미친 사람 같겠지만 가끔은 덱스터가 눈으로, 마음으로 대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말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나는 정말 우리 고양이와 통하는 때가 있다. 장담하건대, 모든 반려인들이 이런 순간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특히 유난히 외로운 날에는, 이 작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 뭉치들이 내 옆구리나 손끝에 닿는 순간, 그 모든 감정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들. 뭉클하고 벅차오른다고도 설명할 수 있는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이 우주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생명체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형성된다. 덱스터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