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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젯밤달 김미주 Nov 15. 2017

그림여행 : 나는 역시 욜로가 아니다

퀘벡 한 달 살기 : 퀘벡 근교 여행, 오를레앙 섬 테이스트 투어






퀘벡 세인트로렌스 강 너머로 보이는 오를레앙 섬 테이스트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는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갈 수 있는 오를레앙 섬은 가까운 곳인데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곳이다. 섬은 꽤 크고 오래된 동네이기 때문에 섬 내부에서도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고 한다. 오를레앙 섬은 수백 년 된 제분소와 과일농장, 와이너리가 가득해 테이스트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특히 지금 같은 가을에는 단풍구경을 하기도 좋은 아름다운 곳이다.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사이트에서 오를레앙 섬 테이스트 투어를 신청했다. 날씨 어플을 뒤져 알아낸 이번 주에서 가장 맑은 날이었다.


오를레앙섬에서 바라보는 세인트로렌스 강
수확철이 다가온 오를레앙섬의 와이너리


투어 인원은 나까지 14명, 혼자 온 사람도 나 혼자, 동양인도 나 혼자였다. 혼자 온 내가 쓸쓸할까 유쾌한 가이드 피터는 계속해서 나를 챙겨주었고 한 캐내디언 중년부부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투어는 초콜릿 가게-와이너리-사과농장-누가&마시멜로우 공장-와이너리 이렇게 5군데를 돌며 음식을 시식하고 가게들을 구경하는 코스였다. 


애플사이다를 만드는 사과농장
예쁘고 맛있었던 Apple cidrerie


투어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사과 농장. 처음 먹어본 애플버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투어를 돌며 물건을 사는 건 왠지 속는 것 같아서 지양하는 편이지만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맛이었다. 버터가 5%밖에 들어가지 않은 애플버터는 버터라기보단 우리에겐 사과잼이라고 하는 게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친절한 사과농장의 아주머니는 꼭 토스트에 발라 치즈와 함께 오븐에 구워 먹어 보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퀘벡이 그리울 때마다 조금씩 꺼내먹어야지. 비닐봉지에 애플버터 2개가 서로 맞부딪혀 달그락달그락 나는 소리가 괜히 경쾌하게 느껴졌다. 

오늘만큼은 사는 것 같은 여행이 아니라 투어를 즐기는 진정한 관광객의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오를레앙섬의 와이너리
오를레앙섬의 오래된 주택



퀘벡시티로 돌아가는 버스 안. 빠르게 지나가는 아름다운 오를레앙 섬의 풍경들을 하나라도 놓칠까 집중해 창밖을 바라봤다. 예쁜 농장들과 와이너리, 집집마다 정원이 있고 커다란 단풍나무와 예쁜 꽃들이 있다. 


항상 이렇게 동화 같은 풍경 속에서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잠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온 나에게는 동화 같은 풍경이겠지만, 그들에게는 매일 보는 흔한 풍경에 가끔 고난도 있고 걱정도 있는 일상이겠지.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한국에 가서 경복궁을 가고 사찰들을 구경하며 동화 같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할 거야. 일상을 떠나 찾아간 여행지에서의 낭만은 늘 아름답고 여유롭지만, 사람이 늘 그렇게 살 순 없으니까. 



오를레앙섬 와이너리


서른셋의 여행은 항상 돌아갈 준비를 하게끔 된다. 

즐거운 여행에도 끝이 있음을 알고 있는 여행자로서의 오늘을 마음껏 즐기면 된다. 

고작 여행의 반도 넘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는 역시 욜로는 안되나 보다. 





Information



오를레앙섬의 애플사이더리
 오를레앙 와이너리에서 즐기는 와인테이스트


퀘벡 근교 여행 : 오를레앙 섬 ( Ile d'Orleans)

퀘벡시티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으로 1935년 만들어진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사람들의 방문이 거의 없어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수백 년 된 프랑스식 농가와 교회들, 과일농장과 와이너리가 많아 수확기인 가을에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테이스트 투어 신청 : http://quebecbustour.com/e

테이스트 투어 가격 : Adult $44.95 (tax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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