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
산크리스토발은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낯선 곳에서 구글맵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건 조금 어색한 일이었지만 매일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새로운 장소를 찾는 재미가 생겼다. 의외로 산크리스토발에는 알려지지않은 아담한 카페나 구석구석 숨겨진 작은 박물관들이 많았다.
우연히 들어간 아담한 서점 La cosecha에는 엽서와 사진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마야인에 관련된 책들이나 소품들이었다. 마감이 완벽하지 않은 핸드메이드 북, 마야인들을 찍은 사진, 독특한 문양이 프린트된 에코백, 하나하나 관심있게 보다 보니 주인이 말을 걸어왔다.
"이 근처 마을의 마야인들이 직접 만든 거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지"
그녀는 실로 짜여진 봉투가 들어있는 박스를 들고 왔다. 각각의 봉투에는 CD가 한 개씩 들어있었다. CD에는 치아파스주에 살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나 단편영화가 들어있다고 했다. 대부분은 마야인에 대한 이야기이라고 한다.
"내용은 영어로 녹음되어 있니?"
"아니, 스페인어나 마야어로 녹음되어 있어서 너에겐 필요 없을 거야, 하지만 꼭 보여주고 싶었어"
이 지역 젊은 예술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눈은 반짝거렸다. 이 작은 서점은 젊은 지역 예술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가 보다. 작지만 알차게 꾸며진 이 공간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다.
좋은 곳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순 없었지만, 정성이 들어있는 소품과 핸드메이드북들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골판지로 만든 마야 시집과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는 봉투를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언어를 몰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공간의 느낌을 담아가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가 시집을 뒤적이고, 다큐멘터리를 보면 오늘의 이 느낌을 기억할 수 있겠지.
꼭 이해해야만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