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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젯밤달 김미주 Jul 11. 2018

크레파스 마을, 과나후아토

정해진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데로

멕시코 내륙으로 다시 올라가는 날, 비행기가 6시간 연착됐다. 정오쯤 도착할 줄 알았던 과나후아토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였다. 낮에 만나기로 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 데헤사는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도 귀찮은 기색 없이 나를 맞아줬다. 약속시간에 많이 늦어 미안해하던 나에게 그녀는 "Mi casa es tu casa!" (내 집은 네 집이야!)라 말하며 친절히 환영해줬다. 


과나후아토에서 묵은 멕시코 가정집 에어비앤비 @ Guanajuato, Mexico


저렴한 가격에 급하게 예약한 에어비앤비였지만 숙소는 완벽했다. 

도보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소깔로, 과나후아토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옥상, 다분히 멕시코스러운 알록달록한 작은 방과 귀여운 고양이에 호스트의 개구쟁이 아들 5살 크리스토발까지. 


늦은 밤이라 첫날은 일정을 정리하며 차분히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짐 정리를 하고 침대에 엎드려 일정을 수정했다. 원래대로라면 과나후아토에서 3박을 하며 근교 마을인 산미겔 데 아옌데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했지만, 비행기 연착으로 인하여 일정을 하루씩 미뤄야 했다. 과나후아토에서만 차분히 3일을 보낸 후 산미겔 데 아옌데에서 1박을 더 하기로 결정했다. 숙박 사이트에서 산미겔 데 아옌데 호스텔을 예약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12시가 되어가는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창밖에는 멕시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한참이었다. 과나후아토는 밤에도 안전한 곳이구나, 안도의 마음이 들자 금세 잠이 들었다. 


에어비앤비 옥상에서 바라본 과나후아토의 모습 @ Guanajuato, Mexico


날이 밝자마자 옥상으로 올라갔다. 숙소 옥상에서 보이는 과나후아토의 모습은 환상이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알록달록한 작은 집들이 언덕 위에 빼곡히 미로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어제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생겼던 짜증스러운 마음이 씻기는 순간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비행기 연착 덕분에 하루의 여유가 생겼다. 가보고 싶었던 몇 군데를 시간 맞춰 돌아다니는 대신 정해진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데로 걷기로 했다. 


크레파스 마을 과나후아토 @ Guanajuato, Mexico
크레파스 마을 과나후아토 @ Guanajuato, Mexico
[ 그림여행 : Mexico ] copyrightⓒ 2017  어젯밤달 all rights reserved


과나후아토는 참 예쁜 마을이었다. 미로같이 복잡한 골목에는 알록달록한 멕시코 전통 가옥들이 가득했다. 오래 살았던 마을을 거닐 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 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마음에 드는 벤치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예쁜 장소의 사진을 찍고,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다. 


[ 그림여행 : Mexico ] copyrightⓒ 2017  어젯밤달 all rights reserved
크레파스 마을 과나후아토 @ Guanajuato, Mexico


과나후아토는 작은 마을이라 지도를 보지 않아도 돌아다니기 좋은 곳이었다. 지도 없이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피필라 언덕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피필라 언덕은 이 마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크레파스 마을이라 불리는 과나후아토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피필라 언덕으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은 인적이 드물었고 생각보다 가팔랐다. 피필라 언덕 꼭대기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는 푸니쿨라라는 케이블카가 있었지만 낯선 골목길에 호기심이 생겨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골목 중간 어귀에 보이는 소매치기 주의 표지판에는 살짝 겁이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미로 같은 좁은 계단이 가득한 골목을 20분쯤 올랐을까, 과나후아토의 전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피필라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과나후아토의 전경 @ El pipila, Guanajuato, Mexico


피필라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과나후아토의 전경 @ El pipila, Guanajuato, Mexico


언덕에서는 과나후아토의 알록달록한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피필라 언덕에 앉아 세 시간 동안 일몰을 기다렸다.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 관광을 온 가족들,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인들,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행자까지. 피필라 언덕에서의 세 시간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시간은 훌쩍 흘러갔다. 오랜만에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에 나는 약간 들떠 있었다. 해가 점점 지기 시작하고 붉게 물들어 가는 과나후아토의 전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무척 아름다웠다'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쌀쌀해진 거리의 온도가 딱 좋게 느껴졌다.  발길 닿는 데로 걸었던 오늘 하루가 어떤 계획보다 완벽했다.


피필라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과나후아토의 전경 @ El pipila, Guanajuato, Me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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