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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젯밤달 김미주 Jul 25. 2018

멕시코에서 그림팔기-2

어느 12월 31일의 기억

"버리기 조금 아쉽다-" 

"가지고 가, 분명 또 필요한 날이 있을 꺼야" 


한 달 전 산크리스토발을 떠나던 날, 맥주 박스로 만든 그림 판매 간판을 버리려던 나에게 한 여행자가 말했다. 


"필요한 날이 있을까요?" 

"여행 자금 떨어지면 팔아, 네 그림은 무조건 팔려, 정말이야" 


단호하게 말하던 언니의 예언은 적중했다. 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그림을 다시 팔게 되었다.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온 산크리스토발 거리에서 지난 번 만났었던 세계여행중인 부부를 우연히 다시 만났고, 함께 그림을 팔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숙소에 돌아와서 고민하던 나에게 같은 숙소의 숙박객들이 함께 하고싶다 했고, 오늘, 올해의 마지막 날 나는 아침부터 분주히 간판을 만들고 있었다. 캐리어에는 맥주 박스로 만든 작은 간판이 있었지만 추가로 좀 더 큰 간판이 필요했다. 숙소 마당에 버려져 있는 피자 박스를 주워와 간판을 만들고 샘플도 더 만들었다.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재미있는 계획이었다. 오후가 되자 숙박객들과 간판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멕시코 거리에서 그림을 판매하는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긴장감은 여전했다. 다행히 12월 31일의 거리는 북적 였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샘플을 채 다 올리기도 전에 첫 손님이 나타났다.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우습게도, 두번째 장사인 오늘은 지난 번보다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눈코뜰새없이 그리기 바빴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바쁘더라도 그림이 완성되면 눈도 마주치고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손님들은 다양했다. K-POP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어린 아이부터, 한국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글씨가 너무 예쁘다며 온 손님까지.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연말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커플 손님이 많았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 번에는 유독 가족 손님이 유난히 많았다. 연말 분위기에 취해 이미 한껏 들떠있는 그들을 보니 나도 흥분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족사진 대신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하는 그들을 위해 최대한 정성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 언젠가 이들이 이 그림을 다시 보며 그때 산크리스토발에서 보낸 오늘 하루를 행복한 기억으로 떠올리길 바라며. 그리고 나도 오늘 그들을 보며 느낀 느낌들을 잊지 않길 바라며.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 그림여행 : 멕시코에서 그림팔기 ]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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