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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젯밤달 김미주 Aug 01. 2018

지구 반대편에서의 한일 교류

일본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밤

급하게 길을 가던 콜렉티보를 불러 세웠다. 목적지는 근처의 대형마트.  

시간은 부족했고 우리 모두는 긴장하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한 여행자와의 인연으로 일본게스트하우스에 초대받은 날이었다.  

모든 것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바로 전 날 밤 그림을 팔다 우연히 만난 어느 여행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고, 근처의 일본인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던 그와의 인연으로 우리는 산크리스토발에서의 작은 한일 교류를 계획하게 되었다. 매일 밤, 돌아가면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는 일본 게스트하우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가서 한국 음식을 소개시켜주는 건 어떨까? 란 이야기가 나왔고 바로 다음 날 모든 것이 성사되었다. 

우리는 긴장된 마음으로 장을 보러 가고 있었다.


"18인분이나 해야해!" 

생각보다 인원은 많았고 재료비는 한정적 이었다. 하지만 어설픈 한국 요리를 일본인들에게 해줄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은 무척이나 진지해졌다. 


산크리스토발의 일본인 게스트하우스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산크리스토발의 외곽에 위치한 일본인 게스트하우스. 일본 느낌과 멕시코 느낌이 오묘하게 함께하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곳이었다.  


지구반대편에서의 한일교류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지구반대편에서의 한일교류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낯선 부엌에 재료들을 풀어놓았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과 계란국, 그리고 어렵게 준비한 3개의 짜파게티. 한국과는 달리 불이 매우 약한 멕시코의 주방에서 18인분의 음식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장장 3시간에 걸쳐 겨우 완성한 음식들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지구반대편에서의 한일교류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한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그리고 영어까지. 4개국어가 함께하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의사소통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된 관심사에 이야기거리는 충분했다. 서로의 여행이야기부터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이나 일본 영화에 대해서 쉴새 없이 수다를 계속했다.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먼 지구 반대편 나라, 동양인 보기 힘든 나라 멕시코에서, 특히나 이 작은 마을 산크리스토발에서 오늘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무척 설레였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즐거웠고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지구반대편에서의 한일교류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지구반대편에서의 한일교류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헤어지기 전에 오늘 만난 모든 일본인들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누가 더 닮았는지, 누가 더 예쁘게 그려졌는지 서로 얼굴을 비교해가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 밤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신기한 일인지 아느냐며 고맙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연락처와 SNS를 교환하고 언젠가 한국에서, 일본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다. 


지구반대편에서의 한일교류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일본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 우리의 뒷모습이 없어질 때까지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일본인들이 나와 "사요나라! 안녕! 사요나라! 안녕!" 이라 계속 반복해서 외쳤다. 숙소로 돌아오면서도 우리는 무척 들떠있었다. 술 한 모금 하지 않았지만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되돌이켰다. 몸은 고단했지만 이미 한껏 들떠버린 마음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지구반대편에서의 한일교류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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