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취향저격
피라미드에 대해 사실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두 달 전 멕시코시티의 피라미드 '테오티우아칸'에서 감동을 받긴 했지만, 딱히 역사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욱스말'은 우연히 알게 된 곳이었다. 멕시코에서의 여행이 너무 길기도 했고 메리다에서의 잡은 일주일의 일정이 생각보다 지루하기도 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관광지를 가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검색에 검색을 더해 찾은 곳은 메리다 근교의 피라미드 '욱스말'.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낯선 곳이었기에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멕시코 교민들의 대화방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버스를 타고 욱스말을 가보기로 했다. 메리다에서 한시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욱스말'은 마법사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곳이었다.
'피라미드가 다 똑같지 않겠어?'라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도착한 욱스말의 유적은 생각보다 컸다. 한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나태한 마음은 잠시 접어 두어야 했다. 한 개의 피라미드와 작은 유적을 생각하고 왔는데 욱스말 유적지 내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피라미드와 유적이 있었다. 멕시코의 유명한 피라미드인 테오티우아칸과 치첸이샤와는 달리 수풀이 우거지고 잔디밭이 많아 정글 속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나무가 많아 시원한 바람이 불고 관광객이 별로 없어 조용한 욱스말은 말 그대로 쉬었다 가기 좋은 유적지였다.
공원에 소풍 온 듯한 느낌으로 피라미드를 올랐다. 정상에 올라 욱스말 유적지를 내려다 보았다. 정글에 온 듯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들과 욱스말 유적지가 묘하게 잘 어우러져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오는 장소에 온 듯했다. 두 달이 넘게 멕시코를 여행하며 왠만한 것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늘로 찔린 느낌 이었다. 피라미드에 뜻밖의 취향 저격을 당한 듯한 느낌.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피라미드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3개월이 넘는 여행은 벌써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잠시 감상에 빠졌을 뿐인데 세시간이 훌쩍 지나 메리다로 돌아가는 막차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은 곳이란 이런 곳이구나- 라 생각했다. 여행의 마지막 즈음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난 운이 좋구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다시 메리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