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우리 집 아냐?"
-화재소식입니다. 강원도 양양의 한 주택에서 피해규모 1억 원에 해당하는 산불이 덮쳐...
"맞네, 와... 우리 집이네?"
그래, 어찌 조용하다 싶었다.
내 인생이 순탄할 리 없잖아.
이번엔 한 5년, 오래갔지 싶었다.
계속 이렇게 평화로웠을 리 없잖아.
"미안해... 엄마가... 딸, 미안해."
"뭐가 미안해! 엄마가 불냈어? 그냥, 내 팔자가
그래! 참, 느닷없는 게 내 팔잔 거 몰라?! 아빠는?
아빤 어쩌고 있어? 어!?"
방구석으로 죄지은 사람처럼 들어가
아버지와 통화하는 엄마. 그리고 얼마 뒤 울리는 카톡.
-내가 저 불구덩이에 들어가야 했다... 짐만 되는 구아.
내가 죽어 써야 됐아.
"맞춤법 다 틀리셨네, 뭐 급하게 보내셨어. 어?!
내가... 내가 진짜! 돌아버려, 돌겠다고 아주....!!!"
그래, 그날 저녁 뉴스로 불에 탄 집을 보면서는 화만 났다. 누구한테 내는 화는 없었다.
엄밀히 부모님 탓이 아니잖아. 그들이 죄지은 건 아니잖아. 그냥,
모르겠고 하늘의 뜻인 거잖아. 앞으로, 어쩔 거냐고,
어떻게 살 거냐고, 징하게 물어보는 하늘의 이번 태스크인 거잖아.
생각했다.
'괜찮아. 이번 태스크. 겪어볼 만 해.'
화는 나지만 무섭진 않았다.
고꾸라지지도 기절하지도 않았다.
벌벌 떨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
단단해진 내 멘탈이 되려 좋았다.
그래, 더 좋아졌다.
"여보, 나. 들었지? 응... 응, 괜찮지... 미안해, 정말."
걸려온 남편의 전화에, 미안했다.
이런 여자 만나, 덩달아 어이없는 태스크를 받아
해결할 상황에 처했으니, 그 사람은 웬 잘못인가.
.
.
.
우리 부부는 다시 살기로 했다.
집도 없이.
서울 전세금을 빼, 친정부모 살 집을 다시 짓기로 했다.
그렇게 남편은 서울 작은 오피스텔을 얻고,
나는 시골 친정부모님이 임시거주하는 곳으로
내려가 살기로 했다.
화만 났다.
맘 아프지도, 맘 힘들지도 않고 딱 화만.
화는 나도 되는 거잖아.
씨불씨불 욕지거리쯤은 뱉어도 되잖아.
친정 부모님한테 내는 화가 아니었다.
'괜찮아! 어때! 이 정도 뭐라고! 어? 씨불~! '
강철같이 내 맘에 다짐하는
'아자아자!' 건배사 같은,
'으쌰으쌰!' 구호 같은 것이었다.
나의 서울시골반살이는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