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행했던 호주는 별이 정말 잘 보였다. 결핍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고 별빛만이 없는 도시에서 지내는 나는 별이 잘 보이는 장소를 너무도 좋아한다. 정선을 자꾸 찾게 되는 것도 절반은 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껏해야 하나 둘, 많이 보이는 날도 눈을 부릅뜨고 봐야 열 개 남짓의 별이 보이는 서울과 달리 정선의 하늘은 별이 쏟아질 것 같다. 밤에도 빛이 가득하다는 건 지내기 편하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만 밤하늘이 한없이 깜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한다면 한밤중에도 장을 보고 새벽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을 만큼 편리해서 우리는 별빛의 결핍도 잊고 살지만, 막상 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보면 그동안 별빛이 삶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아무튼 짝꿍은 남반구에서 은하수가 잘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보다. 나는 그냥 예쁘다면서 별을 한없이 보고 있었는데 짝꿍은 자꾸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이 하늘을 응시했다. 뭐를 찾냐고 했더니 여기서는 은하수가 보일 것 같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남반구에서는 은하수가 보인다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어서, 밤마다 별 사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까만 하늘 사이에 희뿌연 별의 이불이 있는지 찾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다행히 구름이 가득한 날도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별만 가득하고 은하수와 비슷해 보이는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구글에 다음과 같이 검색했다. 'Can you see the Milky way in Australia, with bare eyes?" 호주에서는 맨눈으로 은하수를 볼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결론은 아주 시골이나 사막 한가운데, 산 위의 전망대에서만 보인다는 거였다. 그렇게 별이 잘 보이는데도(사실 눈에 보이는 조명이 꽤 있는데도 놀랍도록 별이 잘 보였다) 은하수를 보는 건 한 단계 위의 일이었다.
아쉽게 우리는 은하수 맨눈 관찰을 포기했지만, 언젠가는 꼭 은하수를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사람에게서 충분히 멀어져야만 볼 수 있는 그 별의 강. 미짱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더니 미짱은 예전에 어릴 때 한 번 은하수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미짱이 어릴 때, 그렇게 빛이 없을 때도 아주 시골에 가서야 은하수가 보였다고 한다. 은하수를 보려면 인류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은하수를 보겠다는 버킷 리스트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기엔 은하수를 보는 광경을 너무 많이 상상해버렸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서야 후련하게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하겠지. 은하수가 잘 보이는 남반구, 그중에서도 아주 시골까지 들어가서야 은하수가 겨우겨우 보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