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샤이니의 Key가 예능에 나와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앨범을 안 내줬으면 숨을 못 쉬었을 거라고. 키는 <놀라운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안무위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무슨 노래가 나오건 주요 부분은 춤을 거뜬히 춰서, 어떻게 이것까지 아냐면서 게스트와 패널들이 놀라는 장면이 거의 매주 나온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잠시 본인의 가수 활동과 다른 사람의 춤을 따라 커버하는 것의 차이를 생각했다. 똑같은 춤을 계속 연습하는 건 지겹다. 본업과 직결되어 있으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심리적 부담까지 있을 것이다. 워낙 춤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완벽한 춤을 추어야 하는 상황과, 거의 대부분의 동작만 멋지게 따라해도 환호를 받는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부담과 상관없지만 내가 즐길 수 있는 무언가라.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다른 결이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이 앨범을 안 내줬으면 숨을 못 쉬었을 것이다. 화음과 음색, 조성, 악기, 효과음, 음악의 구성만 듣다가도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들을 대로 들은 음악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공연이 다가와서 오히려 들어야 하는 곡이면 더 그렇다. 청개구리처럼 남의 노래만 듣는다.
음악에 관한 글은 아니니까 나의 신곡 사랑은 여기까지. 아무튼 나도 권태에 굉장히 취약하고 심심함을 못 견디는 사람인데, 어릴 때부터 이런 경향성이 너무 심각했던 나머지 권태를 이겨내는 방법도, 재미를 찾는 방법도 수천 수만가지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와서 너는 권태에 취약한 사람이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장거리 비행? 오케이, 가보자고. 일주일 간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서 살기? 접수. (노트와 펜만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권태에서 탈출하는 역치가 매우 낮다. 케이팝 신곡 하나만 던져 줘도 일주일은 그 곡만 분석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권태로워하는 건 무서워한다. 권태가 얼마나 싫고, 짜증나는 감정인지 충분히 알고 있는데 내가 재미를 찾는 방법을 전수해주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특히 다른 사람이 관계에 가지는 권태가 무섭다. 사람은 끝도 없이 알아갈 수 있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세상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지 권태기를 자꾸만 이야기한다. 심지어 요즘은 친구 사이에도 권태기가 있다는 얘기가 왕왕 들려서 나를 겁준다. 종종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묻는다. 요즘 나랑 노는 거 재밌어? 뭐하고 놀 때가 재밌어? 나랑도 할까? 나 안 지겨워? 언제까지 안 지겨워? 내일까지는 안 지겨울까? (글로 써놓고 보니 좀 징그럽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이 새로운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거침 없이 뛰어드는 편이다. 클라이밍도, 게임도, 뮤지컬 관람도 그래서 시작했다. 그리고 관계가 루즈해지는 것 같거나 누군가와 더 깊어지고 싶으면 내가 새로운 활동을 개발해서라도 제안하고는 한다. 우리 사이에도 컨텐츠가 필요하다면, 딱 기다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재미있어할 만한 걸 만들어서 나타날 테니. 그러니 누구라도 나와의 관계에서 권태기의 'ㄱ'자도 꺼내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