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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르 Sep 18. 2023

[별글] 157_ 휴일을 보내는 방법

  늘 휴일이 필요하다고 징징대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사실 나는 휴일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공휴일은 그저, 평소에 바빠서 하지 못했지만 하기를 원했던 많은 일들을 해치우는 날이다. 만약 과외가 있는 날이라면, 자유로운 저녁을 보내기 위해 과외를 오전이나 이른 오후로 당긴다. 평일에는 나도 학교에 가야 하고 과외를 받는 학생도 학교에 가야 해서 불가능한 일이다. 낮에 공부하고 밤에 일하는 사람이라서 일하는 날의 하루가 유독 늦게 끝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역시 저녁은 비어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부지런하게 과외를 끝내고 나면 나만의 시간이다. 미뤄두었던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약속을 잡을 수도 있다. 공휴일에 약속을 잡게 되면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 나만의 철칙이다. 우리 집으로 친구를 부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특별히 만날 사람이 없다면 평소에 쌓아 두었던 업보를 열심히 치우는 것도 좋다. 밀린 과제를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평일에 훨씬 가뿐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사실 나는 휴일에 특별히 놀거나 쉬거나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휴일 전날은 다르다. 사실 나는 다음날이 1교시여도 밤늦게까지 놀 수 있는 자신감이 있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다. 일요일 밤에 회사원에게 놀자고 조르기란 쉽지 않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라면 다르다. 평소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친구들을, 공휴일 전날에는 만날 수 있다. 결국 나는 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때문에 공휴일을 좋아하고, 정작 빨간 날 당일에는 심상한 표정으로 일과를 치운다. 


  그래서 추석처럼 긴 휴일보다는 짧게 반짝하고 있는 휴일을 좋아한다. 애매하게 수요일쯤 있는 공휴일이면 더 좋다. 3일만 연달아 쉬는 건 괜히 몸만 늘어지게 된다. 나에게 '긴 휴일'이란 최소한 한 달은 되는 휴가를 말한다. 차라리 하루 설레는 휴일을 보내고 리프레시하는 편이 좋다. 


  다가오는 휴일에도 벌써 일정이 가득하다. 10월 9일 전날에는 공휴일을 핑계로 동아리 가을 MT가 잡혀 있고, 이른 오전마다 과외 보강이 잡혀 있다. 남들 놀 때 일하기를 좋아하고 남들 일할 때 쉬는 걸 좋아하는 청개구리같은 나는, 아무래도 이번 쏟아지는 공휴일에도 전혀 쉬지 않을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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