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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르 Sep 25. 2023

[별글] 164_ 내 맘에 쏙 드는 숙소

  요즘 어딜 갈 때나 에어비앤비를 한 번씩 뒤적이게 된다. 여행에서 간편하고 안정적인 숙소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겠지만, 주인의 색이 개성있게 묻어나는 에어비앤비의 맛을 보고 나니 밋밋한 호텔은 왠지 재미없게 느껴진다. 게다가 나는 여행에서도 뭔가 해먹는 걸 좋아하는데, 호텔에는 주방시설이 없고 펜션은 혼자 가기엔 부담되는 가격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내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으려면 우선 주방이 있어야 한다. 지난 호주 여행에서도 주방이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묵어서 매일매일 스테이크를 구워먹을 수 있었다. 반면 포르투갈의 여정에서는 늘 호텔 아니면 단체 숙소에서만 묵어서 주방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아쉬웠다. 유럽은 냉동식품도 참 잘 되어 있어서 요리하기 귀찮더라도 숙소에서 맥주 한 캔에, 전자레인지에 라자냐를 돌려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늘 마른안주만 먹거나 밖에서 비싼 식비를 주고 사먹어야 했다. 사실 중요한 조건은 부엌뿐이다.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면, 밖에서 포장한 안주를 다시 데우기라도 하려면 주방이 필요하다. 


  좀 부차적인 조건인데 나는 호스트와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환영이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를 만나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부담이겠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재미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나에게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랜덤한 사람과 만나는 일은 사양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호스트가 될 정도라면, 심지어 자기의 공간을 일부 떼어 나눠주는 거라면 어느 정도는 새로 인연을 맺고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호스트와 공간을 셰어하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외국에서 여행할 때는 종종 집주인을 만나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만났던, 햇빛을 따라 러시아에서 왔다던 동성 커플이 유독 기억난다. 호주에서 만난, 약간은 거칠지만 호탕하게 환영해주던 호스트도 기억난다. 어차피 숙소를 떠나면 다시 볼 일은 없는 사람들이기에(물론 그들은 다시 우리나라에 온다면 always welcome이라고 호스트 후기를 남겨주기는 한다), 부담 없이 친해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진짜로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건 덤이다. 


  그 외에도 따뜻한 물이 나오냐, 와이파이가 있냐, 침대가 있냐 등등 세부적인 조건을 살피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룸 컨디션에 그렇게 구애받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내가 숙소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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