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면서 충전하는 부류, 사람을 안 만나는 시간에 충전하는 부류의 두 갈래로 나뉜다는데 나는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사람을 만나 충전이 되는지, 방전이 되는지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많이 들어도 많이 말해도 방전된다. 듣기와 말하기가 적당한 비중으로 버무려진 만남에서 나는 연결을 느끼고 충전할 수 있다.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날이 있다. 상대방이 극내향인이거나, 아직은 어색한 사람들끼리 만날 때 주로 그렇다. 침묵을 못 견디는 나는 연예인이 된다. 실없는 말을 던지고 어떻게든 공통 화제를 찾으려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누구와도 닿지 않고 있다고, 그저 내 말만 허공에 울려퍼진다고 느낄 때가 있다. 반면 말을 아끼게 되는 날도 있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때. 내 말이 자꾸 가려질 때. 그럴 때 나는 잠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상대방에게 소리를 양보한다. 내가 공백을 다 채워야 된다는 부담은 적지만, 듣기만 하는 대화에 집중이 될 리 없다. 반 정도나 머리로 소화할까, 나머지 반은 여전히 어디론지 흘러간 채로 만남이 끝난다.
어쩌면 대화란 공놀이와 같아서 나와 수준이 딱 맞는 상대를 찾게 된다. 나보다 너무 잘하는 상대와도, 지나치게 못하는 상대와도 재미를 찾을 수 없다. 내가 던지는 공을 상대방이 탁 잡아채 받아치면 내가 또 찰떡같이 받는 듯한 대화를 한 날, 오늘 진짜 잘 놀았다 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날은 마음이 꽉 차서 당분간의 일상을 보낼 힘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