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글] 95_ 오늘을 다시 다시

by 벼르

최근에 만난 질문 중에서 가장 어렵다. '오늘을 다시 살 수 있다면?'이라는 간단한 질문 앞에서, 나는 조건을 꼬고 꼬아 밸런스게임을 굳이 만들어낸다. 누군가가 시간을 자유롭게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주겠다고 하면 나는 신이 나서 2021년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다니는 학교를 못 다니게 된다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딱 24시간만 돌릴 수 있다고 하면 굳이 싶다. 아니다. 그래도 수락할 것이다. 하루에 한 번만 쓸 수 있다고 해도, 시간을 두 배로 쓸 수 있는 거니까. 특히 좋은 날에는 그 행복을 두 배로 늘일 수 있는 거 아닌가? 사실상 10일간 다녀온 지난 호주여행이 20일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 잠깐, 그런데 어제 과제를 거의 대여섯 개 해결했는데 그걸 다시 해야 하는 건 좀 싫다. 날을 골라서 쓸 수 있다면 무조건 콜인데 매일매일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다시 보내야 한다고 하면 싫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잠깐. 그렇게 되면 하루가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가도 무조건 다시 돌려야 하는 건가? 만약 다시 돌려서 보낸 하루가 엉망진창이라면? 그러면 나는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갖게 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짝꿍에게 물었다. 너는 이런 상황이면 능력을 가질 거냐고. 그랬더니 짝꿍은, 자기는 첫 24시간은 일정과 할일을 모두 무시하고 놀고 쉬면서 하루를 보낸 다음에 다음 24시간을 원래대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보낼 거라고 했다. 천재인가? 나는 할 일을 두 번 할 생각만 했는데 말이다. 역시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리고, 시간은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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