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은 꽤나 건강한 취미에 속한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통일된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말이다. 굳이 '마성'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그 이점에 비해 합창은 실현하기가 너무 어려운 취미이기 때문이다. 일단 사람이 여럿 모여야 한다. 서너 명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건 합창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건 단지 합을 맞춘 아카펠라 그룹이다. 지휘자도 있어야 한다. 노래하는 사람이 열 명이 넘어가면, 더이상은 눈을 맞추거나 호흡을 맞추어보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누군가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 파트별 음정과 박자를 조율해주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게다가 장기적이어야 한다. 사람이 많이 필요한 다른 취미는 오늘 이거 할 사람 모이세요! 하는 모집도 가능하지만 합창은 오래 합을 맞출 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말하다 보니 정말 비현실적이다. 나 혼자 하고 싶다고 어떻게 되는 취미가 아닌지라, 지금 내가 속한 합창단(?이라고 읽고 성가대라고 쓴다)이 더없이 소중하다.
그냥 혼자서 노래하면 되지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합창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 노래하는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거나, 합창해본 경험이 드문 사람일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한 번 매력을 맛보면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합창을 좋아한다.
나는 타고난 목소리가 위로 높이까지 뻗을 수 있어서 소프라노 파트에 있지만, 낮은 음역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데다가 음감이 좋아서 종종 알토 파트인 나를 상상해보곤 한다. 내가 남자였다면 아무래도 테너와 베이스를 넘나들었을 것 같다. 두 파트 모두 매력적이어서 어느 하나에 헌신하기에 아쉽기 때문이다. 특히 알토와 테너는 일종의 킬링 파트를 담당할 때가 많다. 사실 곡을 전체로 듣는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합창 '덕후'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을 것이다. 알토와 테너의 움직임에 조성이 바뀌고 분위기가 전환될 때는 정말이지 부러워지곤 한다. 매주 두 번씩 음정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