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것'과 '정교한 것'에 대하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스페인에 가면 누구나 보게 되는 성당이다.
사그라다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이라는 의미가, 파밀리아는 '가족'이라는 의미가 있어서 성가정성당이라고 불린다.
이 성당이 유명해진 이유는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이라는 이유 말고도 몇백 년에 걸쳐 건축하고 있는, 아직도 미완성의 성당이라는 점 때문이다.
1882년에 건축이 시작되었고, 2026년도 완공이라고 나와있지만 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성당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성당 내부에서 아직도 성당 건축이 진행 중인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긴 시간 동안 이걸 하고 있다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큰 방에서 여러 명의 사람이 설계도도 보고 뭔가를 만들고 고치기도 하는 장면이 보였다. 좀 비현실이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대단하네.'
그리고, '아직도 미완성'이라는 이슈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것도 놀라웠다.
하지만 곧이어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빨리 진행을 해야 마무리되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언제 완성을 해?'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조금씩 비집고 올라왔다.
이 성당을 생각하면 '빠른 것'과 '정교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하다 보면 이 두 가지를 고민하게 될 때가 있다.
두 단어가 반대말은 아니지만 함께 가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가다 보면 정교함을 놓치게 되고, 천천히 고민하며 가다 보면 속도를 놓치게 된다.
한국은 '빠른 것'의 대명사이다.
한국이라면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같은 일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빠르게 건축을 완성했거나, 아니면 포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런 한국의 '빨리빨리'문화가 안 좋게 쓰이곤 했지만, 장점도 많다.
국제적인 조직에서 일하면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일할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한국과는 너무 달라서 어려웠다.
그들은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한참 동안 고민한다. 이를 위해 토론하고, 리서치하고 공유하는 시간에도 한참을 투자한다. 한국사람들은 이미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끝낼 수 있는 시간 동안 말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면 한국 사람들은 '답답증'에 걸린다.
'저런 당연한 말은 왜 하는 거야?', '다 알고 있는 결론인데, 토론은 왜 하는 거야? '그래서 다음 스텝은 뭐냐고?', '리서치를 안 해도 답을 알 것 같은데, 또 해?'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길게 고민하고 토론하기보다는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진행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한다. 이런 방식은 대체로 성공확률이 높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진정한 성공이 아닌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한국이 성과를 내고 이렇게 성장해가는 것을 보면, 이런 방식이 잘못된 것만은 아님을 증명해준다.
하지만,
문제가 있을 때는 한 번쯤 멈춰서 제대로 진단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진행하면서 놓친 것은 없는지. 더 중요한 것이 있지는 않은지.
빠르게 달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에게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이 혹시 조금 천천히 가야 할 때가 아닌지.
또는 정교하게 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스스로에게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이 혹시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할 때는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