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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지앤키 공원 쇼팽의 야외콘서트

클래식을 즐기는 문화

by 조이영
스크린샷 2025-08-10 172526.png 2023,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의 나라 폴란드에 가서 클래식 음악회를 3번 갔다.

3번 모두 좋았지만, 와지앤키 공원에서 즐겼던 쇼팽의 콘서트는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 와지앤키 공원의 야외콘서트는 바르샤바 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5월부터 9월까지 매주 일요일에 볼 수 있는데, 음악을 좋아하고 피크닉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었다.


바르샤바 첫날, 공원에 도착해서 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콘서트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피크닉 매트를 펼쳐놓고 준비해 온 샌드위치, 과일 등 점심거리들을 예쁘게 세팅해 놓았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콘서트가 시작되었고, 익숙한 쇼팽의 곡들이 연주되었다

막힘없이 펼쳐진 초록 초록한 자연 속에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가 편한 자세로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가족도 있고, 연인도 있고, 혼자 온 사람도 있었다. 의자에 앉기도 하고, 피크닉매트를 깔고 앉기도 하고, 서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아름다운 쇼팽의 피아노곡들은 푸르른 자연과, 자유로운 사람들과 완벽히 어우러졌다.

비현실적이게 자연스럽고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내가 좋아하는 피크닉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니 완벽한 조합이다.


와지앤키 공원에서의 야외콘서트 말고도 2번의 콘서트를 더 갈 수 있었다. 한 번은 쇼팽의 콘서트를 미리 예약해서 공연을 봤다. 연주자 가까이에서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면서 쇼팽의 선율을 더 깊이 있게 느꼈다. 평소에 익숙한 곡이었지만 이제야 곡의 제목들을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쇼팽의 피아노곡을 직접 연주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차올랐다.

또 한 번은 성당에서 음악회가 있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가보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 성당 문 앞에 음악회 포스터가 붙어있길래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그날 출연하는 연주자가 다가오더니 '오늘 제가 피아노 연주하는데, 관심 있다면 오시면 좋겠어요.'라고 말을 걸어왔다. 나는 고민 없이 성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참석했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연주자들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했다. 즉흥적인 일정이었고, 특별할 것 없는 음악회였다. 하지만 성당에서의 이런 소소한 음악회, 그리고 이 음악회를 채우는 연주자들 한 명 한 명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바르샤바에 머무는 3일 동안 매일 콘서트를 가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예술 활동은 인생을 풍성하게 한다. 사람이 사랑할 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예술활동을 할 때에도 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한다.

너무 좋은 곡을 들을 때 가슴 벅찬 행복감이 밀려오는 느낌.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이런 예술 활동이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성당에 가서 음악회를 들을 수 있고, 푸르른 자연 속에서 피크닉 매트를 깔고 피아노를 들을 수 있는 그런 환경. 가족모임이 있을 때, 함께 호흡을 맞춰 다양한 악기로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그런 문화.

이렇게 누구나 쉽게 음악을 듣고, 미술을 감상하고,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이렇게 예술 활동이 좀 더 친숙하게 우리들의 삶에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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