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대한 애착
주말 아침 집 앞 카페에 왔다.
구석이면서 창가에 있는 자리를 선호하는데, 마침 자리가 비어 있어서 얼른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창밖을 내려다보면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특별할 것 없는 카페에서 본 거리 사진인데, 지금 이 시간과 공간이 담긴 사진이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이 동네에 대한 애정이 쌓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시간이 지나 이사를 간다면, 지금 이 시간과 공간은 그리울 것 같았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장소에 대한 애착'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혼자 살다 보니 한 곳에 머물러 살기보다 이곳저곳 옮겨가며 살게 되었다.
그동안 살았던 동네를 떠올리면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옆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너무 좋았던 기억.
겉바속촉 치아바타가 맛있는 빵집이 있어서 좋았던 기억.
수영장이 바로 집 앞에 있어서 저녁 운동 루틴을 만들 수 있었던 기억.
집에서 플루트를 맘껏 불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이웃이 있었던 곳.
주말 아침에 즉흥적으로 집 앞 영화관에서 조조영화를 보곤 했던 기억.
사람들이 대체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동안은 그냥 익숙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한 익숙함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했던 시간과 감정이 쌓여서 만들어진 애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장소'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경험'이 함께 연결되어 만들어진 애착.
그때 그 시간, 그때 그 공간, 그때 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닐까.
새삼스레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