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한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일본 고베를 방문했을 때 마침 일요일이어서 근처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갔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일본어 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AI를 써서 실시간 번역을 시도해 보았지만 종교적인 언어를 매끄럽게 번역하는 것은 아직 역부족인듯했다. 하지만 미사 전례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난 후 모두가 돌아가지 않고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나에게 옆에 앉아 계시던 신자분이 빨리 청소하라고 손짓을 했다. 자리마다 물티슈가 놓여있었는데, 미사가 끝나고 모두가 앉았던 자리 주변을 깨끗하게 닦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얼른 그들을 따라서 내 주변을 청소했다. 얼렁 뚱땅이긴 했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누군가 한 사람의 수고를 크게 덜어줄 것 같았다. 나는 이 장면이 재밌어서 얼른 사진을 한 장 남겨놓았다.
일본을 다니다 보면 어디 가나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저렴한 유스호스텔을 가봐도 어느 구석 하나 지저분한 곳이 없었다.
몇 가지 검색을 해보았더니, 내가 받은 느낌이 나름 근거가 있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꼽는 일본의 매력 1위가 '안전', 2위가 '청결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OECD 국가 중에서도 쓰레기 발생량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정책적으로 보면 1) 공공쓰레기통이 없고 시민들이 쓰레기를 가져가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2) 분리배출제도가 우리보다 훨씬 복잡해서 '내 지역 쓰레기 분리수거 달력'이 따로 있으며, 3)'깨끗한 일본' 이미지를 관리하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문화적으로 보면, 1) 종교적 관점에서 '깨끗함'이 곧 신성함과 연결된다고 보고 신사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의식이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는 습관이 있고, 2) 학교에서도 청소 인력이 따로 없고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청소한다고 한다. 청소를 공동체 생활의 일부로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3)'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청결 유지에도 작용한다. 공공장소를 어지럽히는 행동이 곧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매우 일본 스럽다.
일본의 문화적 전통이 어떻게 청결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체감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화적인 배경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정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문화적인 배경과 정책적인 측면들이 서로 연결되어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