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기지 않던 것들의 재발견
평소에 맥주를 즐기지 않는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를 마실 때는 라테보다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편이고, 맥주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 즐기는 메뉴 정도의 의미다.
하지만, 평소 즐기지 않던 라테와 맥주를 재발견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이다.
산티아고의 커피와 맥주는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 숙소에서 출발해서 1시간 정도 걸을 즈음, 첫 번째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따듯한 카페콘레체를 한잔 마시는 것이다.
카페 콘레체는 스페인어로 우유를 넣은 커피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카페라테보다 우유 함량이 적고 에스프레소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우유 함량이 낮은 커피를 선호하기 때문에 라테보다 더 대중적인 커피라고 한다.
그리고, 뜨거운 햇빛으로 지치고 더운 오후에는 카페에 들어가서 맥주를 한잔 마신다. 가끔 출출할 때는 감자튀김 같은 것을 곁들인다. 온몸에 차가운 맥주가 들어가면서 지친 몸이 다시 깨어난다.
산티아고 길에서 마시는 따뜻한 카페콘레체와 시원한 맥주는 기가 막히다.
이렇게 좋은 조합이 있을까 싶다.
선선한 아침 공기와 하루일정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가짐, 우유와 카페인이 잘 어우러진 따뜻한 카페콘레체.
뜨거운 오후 날씨와 걷다가 지친 피곤한 몸, 얼음처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좋은 사람들.
지금도 산티아고 길을 생각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카페콘레체와 맥주이다.
고단한 순례길을 위로해 준 일등공신이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의 그 감동이 되살아나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라테는 산티아고의 아침 무렵에 마셔야 제맛이다.
맥주는 산티아고를 한참 걷고 지칠 무렵, 태양이 뜨거울 때 쉬면서 마셔야 제맛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수없이 많은 라테와 맥주를 마셔봤지만, 그때 그 맛을 다시 재현할 수 없었다.
그때의 그 조합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 더 맛있고,
예쁜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고,
덥고 지쳤을 때 잠깐의 쉼과 함께 마시는 맥주가 더 맛있는 법이다.
내가 평소에 즐기지 않았던 것들도 새로운 조합으로 내게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 이 최고의 커피와 맥주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