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걸음 부족한 49985걸음

긍정과 부정、그 종이 한 장 차이

by 조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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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85걸음 34.61킬로.

정확히 2019년 9월 16일에 걸은 거리와 걸음수이다.

산티아고 순례 중에 팔라스데레이에서 아르수아까지의 일정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 가장 많이 걸은 날이었고, 앞으로도 이만큼 걸을 날이 있을까 싶다.

기록을 보니 아침 7시 전에 시작해서 저녁 6시가 넘을때까지 참 성실하게 걸었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서 걷는 것 자체가 너무 아팠고, '이제 제발 끝이었으면'하는 마음으로 계속 걸었던 기억이 난다. 힘든 순간의 오르막길은 내 한계를 시험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일정이 끝났을 때, 기쁨은 힘들었던 만큼 더 컸다.

그날 저녁에 하루 종일 걸었던 걸음수를 확인해 보니 49,985걸음이었다. '와, 이건 내 인생에서 처음 보는 걸음수잖아!' 이 숫자가 너무 커서 놀랐지만 놀란 것은 잠시, '15걸음만 더 걸었으면 5만 걸음을 채울 수 있었는데', 그 아쉬운 감정이 밀려왔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아깝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살면서 이만큼 걸을 일이 또 있을까?

내 인생의 소소한 기록 같은 건데, 5만 걸음을 채웠으면 좋았을 것을.

왜 그날 미리 핸드폰을 보지 않았을까? 미리 봤더라면 15걸음 더 걸었을 텐데.


이사진을 보고 이런 아쉬움을 느낄 때마다 '긍정과 부정적인 생각이 종이 한 장 차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49,985걸음을 걷고도 부족한 15걸음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심리.

내가 이만큼 누리며 살고 있는데, 그것에 집중하기보다 갖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갖고 살고 있는 모습.

내가 가진 것을 더 잘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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