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T의 오랜 고객이다.
인터넷, 케이블, 모바일을 모두 결합해서 쓰고 있었고, 약정과 카드 할인 때문에 쉽게 옮길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TV는 거의 보지 않는데, 매달 1만 원씩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사를 계기로 '이번에 케이블을 정리해야지.' 마음먹었다.
KT앱에서 '해지상담신청'이라는 메뉴를 찾아서 전화번호를 남겼다.
다음날 상담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TV를 안 봐서요. 해지하고 싶어요."
"유지해 주시면 OO만원을 드릴 수 있어요."
"그건 또 3년 약정해야 하잖아요. 부담스러워요."
"그럼 약정 없이 월 3천 원만 내시고 지금 채널 그대로 보실 수 있게 해 드릴게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이 시작됐다.
결국 '해지'하려던 마음은 '3천 원이면 유지하지 뭐.'로 바뀌었다.
KT 입장에서는 1만 원 고객이 3천 원으로 줄었지만, 이탈하는 고객을 잡은 셈이다.
이 경험은 '떠나려는 후원자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에 대해서 몇 가지 시사점을 주었다.
상담신청부터 상담까지의 매끄러운 프로세스, 그리고 무조건 강하게 설득하는 방식의 방어가 아니라 고객에게 명확한 베네핏을 제공하며, 상품에 맞는 해지방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후원자가 '해지'로 가지 않도록 방어하는 프로세스, 그리고 '해지'까지 갔을 때 잘 떠나보내도록 하기 위해서 세심한 고민과 프로세스 설계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떠날 가능성이 높은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기관마다 해지가 많은 그룹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캠페인 참여자, 특정 채널을 통해 들어온 후원자, 특정 연령대나 패턴을 보이는 그룹 등이다.
데이터를 통해 이들을 식별하는 첫인 해지방어의 첫 단계다.
"누가 왜 떠나는가?"를 알아야 전략이 세워진다
다음 단계는, 해지 가능성이 높은 그룹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리모금을 통해 유입되는 후원자들의 해지율이 높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누군가의 강한 권유로 후원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관이나 후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수 있다. 이들 대상으로 후원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나 해피콜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그룹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맞춤형 경험이 해지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대 후원자의 해지율이 높다고 해서 이들에게만 집중적인 콘텐츠를 제공했는데도 행동변화가 없다면, 다시 점검이 필요하다. 기관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원자가 해지를 요청하는 경로와 경험을 설계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기관은 후원자들이 해지요청을 어렵게 만들어두곤 한다.
'후원신청은 쉽게 하도록 되어있는데, 해지하려면 메뉴 자체가 없어요.'라고 불평하는 후원자들도 있다.
아주 쉽게 해지요청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해지자'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이 아닌 '전화'로 해지를 요청하도록 하는 것은 한번 더 '대화의 기회'를 얻는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해지상담신청--> 상담원 콜백'구조를 택하는 기관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후원지속의 의미를 잘 전달하면서도 후원자가 불편하지 않게,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잘 마무리되게 설계하는 것이다.
해지상담은 아주 중요한 '전환의 순간'이다.
상담원이 해야 할 일은 전화 상으로 해지사유를 파악하고, 그게 맞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안은 아래 2가지가 대표적이다.
-금액 조정 : 금액을 낮춰서 계속 후원할 수 있게 제안
-휴면 제도 : 잠시 쉬었다가 다시 후원을 시작할 수 있게 제안
해지방어에 성공했다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실패했더라도 좋은 감정을 갖고 떠날 수 있도록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언제든 다시 후원을 시작할 수 있는 잠재후원자이기 때문이다.
휴면을 요청한 분들에게는 6개월 후, 1년 후 다시 한번 전화방문을 통해 후원시작을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콜센터에서는 '해지방어율'을 관리해야 한다. 10명의 해지요청상담 중 2명이 유지하기로 했다면 20%의 성공률인 셈이다.
해지 후에도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관계를 완전히 끊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정보보호 이슈로 해지 후 지속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카플친이나 웹회원 등의 채널을 통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지한 후원자 풀에 많은 에너지를 쏟기는 힘들다.
기존 프로세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새로운 후원자를 찾는 일만큼이나 기존후원자와 관계를 맺고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정의 마지막 단계. 우리는 떠나려는 후원자를 잘 붙잡고, 잘 보내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