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커뮤니케이션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리더에게 받았던 피드백중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두 가지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마케팅을 공부해 봐.'라는 피드백이었다.
그 피드백을 통해 '내가 마케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일했구나.'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 이후 교육도 받고 책도 찾아보고, 스터디도 참여하면서 마케팅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마케팅의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비영리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또 하나는, '글이 좀 긴데.'라는 피드백이었다.
그 피드백은 나의 글쓰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사회복지 전공자이고, '사업의 글쓰기'가 익숙한 사람이었다.
마케팅에서는 다른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진지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 피드백 덕분에 '고객'을 생각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리더에게 보고해야 하는 자료라면 그 리더가 잘 이해하고 설득될 수 있도록 한번 더 고민했고,
후원자가 보는 콘텐츠라면 후원자가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번 더 고민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나도 후배들에게 '글이 좀 긴데.'라는 피드백을 자주 하게 된다.
'덜어내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더하기의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이 메시지는 빼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정보는 꼭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 '이 이벤트를 붙여야 후원자들이 더 많이 참여할 것 같아요.', '참여캠페인이긴 하지만 일시모금도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회의실에서 오가는 이런 말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는 그렇게 하나둘 더해지면서 캠페인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메인 메시지는 흐려지고, 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힘을 잃는다.
인스타 피드를 넘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초다. 이메일 제목을 보고 열지 말지 판단하는 시간은 3초. 웹사이트 첫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릴지 말지 결정하는 시간은 5초도 안된다.
후원자들은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찬찬히 읽어주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후원자들은 너무 바쁘고, 너무 많은 콘텐츠들을 접한다.
실제로 우리가 보낸 콘텐츠의 오픈율이 30% 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우리가 아무리 정성 들여 콘텐츠를 만들어도 후원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열어보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열어봤다고 해도, 그 콘텐츠에서 머무는 시간은 1~2분을 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할수록 우리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
카카오 알림톡도 짧게 보내야 오픈율이 더 올라간다.
결국, '무엇을 만들까?'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덜어낼까?'라는 질문이다.
우리에게는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담당자로서 캠페인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뺄 것을 찾아봐도 찾기가 쉽지 않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한데 어떻게 빼"
하지만, 덜 중요한 것을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그래야 후원자에게 닿을 수 있다.
프로듀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방송 PD였던 차태현 배우가 했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편집은 포기지. 좋은 거랑 더 좋은 게 있을 때, 더 좋은 걸 택하고, 그냥 좋은 걸 포기하는 거. 다 가질 순 없으니. 욕심 냈다간 다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결국 다 좋은데, 더 좋은 것만 남기는 결정. 이게 결국 편집의 본질이고 마케팅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1) 메시지 덜어내기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3초 안에 이해되는 메시지', '제목만 봐도 이해되는 메시지', '헤드라인만 읽어도 이해되는 메시지' 이렇게 생각하고 메시지를 쓰면 좋다.
나에게는 중요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있다.
핵심메시지 전달에 필요하지 않은 요소들은 과감하게 덜어낼 수 있어야 한다.
2) 단계 덜어내기
불필요한 단계도 덜어내야 한다.
디지털에서 후원 신청을 할 때에도, 단계가 길어질수록 이탈이 많아진다.
후원자의 액션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웹페이지에서 단계별로 이탈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후원자들에게 웹페이지를 보내면, 한 80% 정도는 오픈 자체를 하지 않고, 오픈 한 사람의 70%는 로그인을 하지 않고, 로그인은 했지만 참여하지 않는 후원자가 50%는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국 100명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참여하는 사람은 3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후원자의 다양한 정보를 받고 싶고, 많은 정보를 주고 싶지만, 그럴수록 후원자들은 멀어진다. 클릭 한번, 스크롤 한번, 입력 필드 하나 이런 것들은 다 장벽이 된다.
3) 콘텐츠 덜어내기
후원자에게 사업보고를 보내야 할 때, 우리는 콘텐츠 제작에 많은 에너지를 쓴다. 사업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인포그래픽, 사업결과, 후원금 사용결과, 수혜자 스토리 영상, 후원자 소감 등등. 하지만 이 많은 콘텐츠를 사업보고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보여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소비되지 않는다.
이럴 때 질문이 필요하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를 설명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가?'
4) 업무 덜어내기
사실 가장 어려운 건 업무를 덜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늘 바쁘고 열심히 일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 중에 성과에 연결되는 업무는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안 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일은 과연 얼마나 될까?
분석을 해보면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일도 많고, 안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일들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을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라면 더더욱,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중에 가장 핵심업무가 뭘까요?"
"우리가 하는 일중에 하지 않아도 성과에 영향이 없는 일이 뭘까요?
캠페인 기획서를 쓸 때, 기업제안서를 쓸 때, 웹페이지를 기획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이 중에서 무엇을 덜어낼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더 강력한 캠페인이 시작될 것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능력, 많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용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결단. 이것이 마케팅 실무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역량이다.
20년 전에 내가 받았던 피드백, "글이 좀 긴데."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꼭 기억하자.
"더하지 말고 덜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