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한국어를 가장 모른다

한국인의 국어생활

by 집우주

나는 한국인이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부모님 두 분도 모두 한국인이다.


나는 한국어를 잘한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국말을 들으며 자랐고, 자연스레 한국어를 모국어로 익혔다. 친척들까지 포함한 우리 집안에서 오랜 외국 생활 등을 이유로 한국어가 서툰 사람은 없기에 자라면서 외국어의 영향을 받지도 않았다. 나는 한국에서 살면서 교육과정을 통해 한글을 쓰고 읽을 수도 있게 되었다. 사고나 유전 등의 이유로 언어능력에 있어 의학적으로 장애로 판단될 만한 병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한국어를 잘 안다?

나는 한국어를 잘하므로 '나는 한국어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생각했다'는 동사를 썼지만 사실 그런 적은 없고 애초에 개념조차 없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예전의 나는 '잘하는 게 잘 아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이때까지 살면서 내가 말하고 듣고 쓰고 읽고 있는 한국어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다. 내가 '잘하는 한국어', 그래서 '잘 아는 한국어'의 능력에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다. 한국어를 전공으로 공부하거나 관련해 직업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나 같은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평생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외국어를 배울 때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당연한 능력인 모국어를 '내가 얼마나 잘하고 또 잘 알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뜬금없이 엉뚱한 것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몇 년 전 내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꼭 그랬다. 지금은 왜 그랬는지 도저히 모를 이유로 나는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교원 시험과 면접에 합격했다. 자격증으로 뭐라도 해 보자는 생각에 학원의 문을 두드렸고, 최근까지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나는 수업 첫날부터 무참하게 깨졌다. 아팠다. 1년, 2년, ... 경력이 쌓인다고 아팠던 경험이 잊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매 수업시간마다 나는 깨지고 또 깨졌다. 그나마 그런 고통에 조금씩 무덤덤해지는 내 모습이 위안이 되었다. '한국인은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어를 잘 안다'고 믿었던 나는, 내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고 붉어진 얼굴로 대답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가장 모른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단어, 문법의 의미나 언어 습관,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국인의 국어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이런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한국어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나를 비롯한 한국인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인은 한국어 단어와 문장을 수없이 말하고 듣고 있고, 수많은 한글을 읽고 쓰며 산다. 하지만 한국인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익혔기 때문에 한국어를 잘할 수는 있어도, 잘 알지는 못한다.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웬만한 한국인들보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더 잘하고 잘 안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정규교육과정에서 국어를 배우지만 학문적으로 배운 것과 실생활의 언어생활은 많이 다르다. 나는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용어(품사, 어간, 음운, 형태소, ...)로 문법을 설명하거나 가르치려는 의도로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그런 일은 나보다 훨씬 한국어를 잘 아는 분들이 이미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일을 하면서 한국어를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어의 어원을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고, 어미를 활용하는 방식은 무척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그 과정에서 한국어뿐 아니라 언어를 배우는 원리에 대해서 완전히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브런치를 통해 한국어 선생님으로 일했던 경험을 나누고,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한국어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현상을 짚어보려고 한다. 우선, 아래와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영어권 외국인이 '물고기'를 'fish'로 알고 있었는데 방금 '생선'도 'fish'라는 걸 배우고 두 단어의 뜻이 같다는 걸 알았다. 당신이 한국어 선생님이라면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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