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by 정이작가

인간은 물을 마시지 않고 10일도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수분이 배출되고, 배출된 것만큼 수분을 채우고자 느끼는 갈증은 자연스러운 욕구이자 당연한 신체적 현상이다. 물이 몸 밖으로 나간 만큼 다시 채워야만 신체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몸 밖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다시 그만큼이 채워질 때까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사랑 역시 채우고 채워도, 자꾸만 부족한 갈증의 대상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아 충만해졌던 마음은 어느 동안은 영원할 것 같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는 새 비워지기 일쑤였다. 사랑이 마음 밖으로 빠져나간 건지, 흡수되어 버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비어버려 갈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내가 사랑을 주었던 대상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충분히, 넘치게 주었다 생각해도 상대는 언제나 나의 사랑에 목말라했다.

물이 신체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갈증의 대상이라면, 사랑은 마음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갈증의 대상이라 생각한다.


사랑이 채워진 마음은 내 안에서 밝은 빛을 내 살아갈 힘을 넘어 자신감, 긍정의 기운을 주곤 했다.

사랑에 목마른데 채워지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빛을 내지 못해 어두웠다. 깜박깜박, 마음속 불빛이 힘없이 깜박거리다 점차 불이 들어오는 주기가 길어지고 결국에는 꺼져버리는 상상을 하곤 했다.

주로 우울하거나 불안했다. 자신감을 잃었고, 결국에는 자존감까지 바닥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몸은 살아 움직이는데, 마음이 빛을 잃어 죽어버린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되고 나서, 마음의 빛을 잃으면 안 된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놀랍게도 여기서 어른이 되고 나서는 마흔한 살이 넘은 얼마 전을 의미한다.) 매일 물을 마셔 몸속 수분을 보충하는 것처럼, 매일 사랑을 보충해 마음을 채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 밝혀진 내 마음속 빛을 지켜내야 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사랑은 내 삶에 있어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내가 나를 사랑해야 했다.


어릴 적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등등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게 사랑받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사랑이 채워져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마음의 빛을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인정받고자 부단히 애를 쓰며 살아왔던 걸 보면 말이다.


이제는 누구보다 나를,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내 마음속 빛이 힘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반짝이는 빛을 내며 넘치는 사랑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나눠주고 싶다. 특히, 나의 두 아들에게 그렇다. 머지않은 미래에, 두 아들 또한, 타인으로부터의 사랑에만 목말라하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여 마음의 빛을 반짝이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사춘기 진행 중인 큰 아이와, 사춘기에 발 담그기 시작한 둘째 아이.


두 녀석이 말도 안 듣고 반항하며 엄마 마음도 몰라주는 요즘. 실컷 속 끓이고 혼자 눈물 훔치게 만들어 놓고는,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 그랬냐는 듯 와서 나름의 애교를 부린다. 나름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두 녀석을 보며 끄적인 글,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