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사고나 몸에 고착되어 버린 굴레

by 정이작가

종소리가 울릴 때, 개는 침을 흘리지는 않는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반복적으로 실행하고 나면 종소리만 울려도 개는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침을 흘릴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종소리가 울리면 먹이를 준다는 것이 지속적인 경험으로 학습되었고, 그 결과 종소리가 울리면 침을 흘리는 반응이 사고에 베어버린 것이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되고 무의식에 반영되어 같은 상황 앞에서 무조건적인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맥락으로 습관이 경험을 통해 학습되어 사고나 몸에 고착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이런저런 습관이 있다. 피곤한 날에도 쉬지 않고 되도록 매일 산에 가는 것, 두 아이에게 불필요한 잔소리하는 것, 속이 더부룩하고 졸리지도 않은데 커피를 마시는 것, 볼 게 없을 때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 등이 있다. 습관을 행하지 않고서는 하루를 보낼 수 없을 만큼, 내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습관에 대한 나의 의견은 부정적인 것에 가깝다.


어떤 과정이나 경험으로 인해 습관이 되어 나에게 붙고 나면, 그 습관의 굴레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그 굴레가 당연한 내 삶의 일부로 여겨져 불편함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살아진 날이 있는가 하면, 답답하고 버거워 벗어나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습관이 좋았던 싫었던, 한번 나에게 베어버린 습관은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씹던 껌이나, 강력 접착제나 거머리도 이만큼은 끈질기게 붙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말이다.


고치고 싶었던 습관을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습관 자체를 의식하기보다 다른 요인들이 나를 자극하거나 각성시켰을 때 떨쳐낼 수 있었다. 그 요인은 상황의 변화, 시련, 책임감, 목표였다.


고치고 싶었던 습관이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고쳐지고 나면, 그것들로 인해 또 새로운 습관이 생겨 나에게 들러붙었다. 목표나 책임감으로 인해 벗어난 습관 그리고 새롭게 생긴 습관의 경험을 말하자면 이렇다.


학창 시절에 큰 욕심이 없어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던 나는 학습에 게을렀다. 결국 중학교 첫 시험을 망쳤다. 잠결에 아빠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성적을 얼마만큼 올리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세우고 나서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다. 학창 시절 내내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는 부지런한 습관이 일상을 차지했다. 근면 성실이 습관이 되어 그것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시절이다. 그 습관을 통해 성적도 올랐고, 어른들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 습관이 나에게 좋은 줄로만 알고 살았다.


하지만 그 습관으로 인해 쉬어야 할 때도 마음 편히 제대로 쉬지 못했고 나중에 가서는 그 근면 성실이라는 습관의 굴레에 갇혀 지치고 말았다. 지쳐 버려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의지라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고, 변화를 두려워했으며 사소한 도전조차 망설이게 되었던 적이 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생기면,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힘들어 미뤄두고 덮어두기만 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책임감이 생긴 후에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이 있으면 미루거나 외면하는 습관은 없어졌다. 하지만 당장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도 말이다. 그 습관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습관으로까지 이어졌다. 여전히 나는 습관적으로 하는 걱정과 씨름 중이다.


해 질 녘, 노을을 보러 동네 산에 갔다. 노을 보는 것이 좋아서라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고는 있지만, 사실은 매일 산에 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산길을 걸으며 내 기준에 게으른 두 아들 녀석을 생각하다가, 녀석들에게 나태함이 습관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아 걱정이 되었다. 책임감이나 목표의식이 생기면 그 게으름이라는 습관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습관과 책임감이 맞붙는다면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보았다. 당장 결론이 나지 않는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불필요한 아들 걱정을 하는 내 습관은 어떻게 하면 없어질까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고는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둑해진 산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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