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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4. 2015

임꺽정의 설화를 간직한 한탄강의 비경 고석정

한탄강(漢灘江)은 강원도 평강군에 있는 추가령 구조곡이라 불리는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철원과 포천을 거쳐 연천을 지나 임진강으로 합류되는 길이 136km에 이르는 강이다. 화산폭발로 용암이 흘러 내려 주변 지형을 깎아 내리면서 형성된 이 강은 주변으로 수직절벽과 협곡을 형성하여 수많은 절경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포천은 한탄강의 대부분의 주요 절경을 품에 안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한탄강의 절경을 감상하려 포천을 찾고 있다. 포천을 흘러 들어오고 있는 한탄강의 절경중에 가장 북쪽에 위치한 명승지로 고석정(孤石亭)을 손꼽을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철원에 속해 있으나 포천의 북단 관인면 냉정리와 강을 경계로 행정구역을 달리하고 있어 포천의 비경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고석정은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이 활동하고 은거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꺽정은 양주의 백정 출신으로 의기가 있고 뜻이 굳어 일찍이 나라 일에 마음을 두었으나 신분 때문에 뜻을 펼칠 수가 없었다. 울분을 삭이지 못하던 임꺽정은 당쟁으로 조정이 어지럽고 사회기강이 혼란스럽던 1559년(명종 14)부터 대적당(大賊黨)을 만들어 세력을 구축하였다. 이후 황해도 구월산과 서흥·신계를 중심으로 지역의 관가나 토호·양반집을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았다. 함경도와 황해도 방면의 곡물이 조정으로 운반되는 길목에 성을 쌓고 진상품을 약탈하여 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활동영역은 강원도와 개성, 경기도 등지로 확대되었으며, 변장술이 뛰어나 관청에 들어가 수령대접을 받기도 하였다. 임꺽정은 관군의 토벌에 거세게 저항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을 버텨낸 놀라운 인물이었다. 임꺽정 일당은 어디서든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민이 되어 관군의 눈을 피해 교묘히 빠져나갔다. 고석정 중간쯤엔 임꺽정이 몸을 숨기기 위해 드나들었다는 뻥 뚫린 구멍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한 사람이 겨우 들고 날 수 있는 공간인데, 바위 속으로 들어가면 대여섯 사람은 너끈히 앉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관군에게 쫓기던 임꺽정은 피할 재간이 없게 되면 변화무쌍한 재주를 부려 꺽지라는 물고기로 변신, 강물 속으로 몸을 숨기곤 했다고 한다. 그러니 토벌에 지친 관리는 1561년 정월 꺽정의 형을 잡아 꺽정이라 허위 보고하는 사건도 생겼으며, 꺽정을 사칭하는 가짜 임꺽정도 종종 등장하곤 했다. 임꺽정은 점점 나라의 기강을 흔들 만큼 위협적인 인물이 되어갔고, 조정에서는 갖가지 포상을 내걸며 그의 체포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임꺽정은 1562년 1월 황해도 서흥에서 부상을 입고 체포되어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고석정은 말 그대로 한탄강의 강 중앙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20m 높이의 고석(孤石) 옆으로 신라 진평왕 때 축조된 정자를 일컫는 말이나 현재는 그 정자와 바위 및 주변 공간을 총괄하는 지명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금도 이 고장 사람들은 고석정을 꺽정바위로 부르며 바위의 형상이 마치 임꺽정이 신고 다니던 장군화를 닮았다 한다. 지금의 정자는 6.25때 소실되었던 것을 1971년 철원의 유지들이 재건하였다가 1997년 2층 누각으로 재건축되었다. 이 지역은 물살이 빨라 여름이면 래프팅 장소로도 유명한데 래프팅을 하면서 강 좌우를 살펴보면 주상절리와 기암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포천시에서는 2013년부터 포천을 흐르고 있는 한탄강 주변지역을 정비하여 포천시의 역점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접근성이 어려워 숨겨져 있던 한탄강의 비경들이 친환경적인 개발을 통하여 많은 관광객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포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메김되길 바란다. (201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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