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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Sep 03. 2016

마음의 평안을 얻는 대한의원 본관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6.8.31일자

혜화역 3번 출구를 나와 서울대학교 병원 입구로 들어서면 좌우로 밀림같은 병원 건물들이 나를 에워싼다. 정면에 바라보이는 커다란 매스의 본관을 비껴서서 왼쪽의 낮은 경사로를 오르면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붉은 벽돌의 단아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한의원 본관이다.


 대한의원은 1907년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해 설립된 교육, 진료, 보건행정 기능을 모두 갖춘 국내 최고의 종합 의료기관이었다. 대한의원은 한일합병 후 총독부의원으로 되었다가 1926년에 경성제국대학의 대학병원으로의 개편을 거쳐 해방 이후에는 서울대학교 부속병원이 되었다. 1908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조선말기 재무행정을 관장하던 관청인 탁지부에서 설계와 감독을 했는데 탁지부 소속 기사인 야바시 겐끼찌(失橋賢吉)가 설계를 주로 담당하였다. 이 건물은 조선은행 본관(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지로 2가 한국외환은행 자리)과 함께 1900년대 초 서울의 3대 명물로 손꼽혔던 건물이다.


중앙의 시계탑을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의 2층 구조인 이 건물은 주출입구나 창 부분은 르네상스 풍의 디자인 모티브를 취하고 있고 시계탑 상층부는 곡선미학의  바로크 풍이 섞여있는 절충주의 양식으로 분류된다. 중앙의 시계탑은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시계탑으로 기계식 시계로는 유일하게 국내에 남아 있던 것을 1980년 전자식으로 교체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이 건물의 2층에는 국내의 서양의학의 도입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이후 및 현대의 한국의 의학과 관련된 자료와 유물들이 여러 개의 실로 나뉘어 일반인들의 발걸음을 맞이하고 있다.


건물 앞쪽으로 넓찍하게 펼쳐져 있는 정원에서 바라보이는 건물의 아늑한 모습은 회복중인 환자들이나 내방객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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