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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Mar 10. 2017

일감호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7.3.9일자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건국대에는 대학을 상징하는 넓은 호수가 캠퍼스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이 호수는 그 면적이 약 2만평에 달해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 하나를 다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란다. 조선시대 이 지역은 말을 키우던 목장의 습지였는데 습지를 정리하면서 그 물들을 모아 넓은 인공호수가 조성되었다. 송나라 주자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이란 한시에 나오는 '일감(一鑑)'과 '활수(活水)'를 따와 ‘거울같이 맑은 호수’라는 뜻의 일감호(一鑑湖)란 이름 이 지어졌다 한다.2호선 건대역에서 내려 정문까지 이르는 길목에는 58층 높이의 스타시티를 비롯한 복잡한 상업시설들로 가득 차 있다.

이 복잡한 거리를 뒤로 하고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드넓고 평온한 일감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호수를 둘러 싼 둘레길은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잘 마련되어 있다. 호숫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벤취를 바라보니 이 벤취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곤 했던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호수가 넓다 보니 체육대회 때는 이 둘레길을 몇 바퀴 도는 마라톤이 열리기도 하였다. 2학년 때 나도 출전하여 열심히 뛰었던 추억도 눈에 선하다. 호수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주변의 건물들은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호수 건너편 중앙에는 캠퍼스의 랜드마크인 새천년관이 우뚝 세워져 있고 이를 중심으로 좌우로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주변 조경과 더불어 멋진 파노라마를 구성한다. 좌측의 생명과학관 건물과 우측의 쿨하우스라 불리우는 기숙사가 멋진 근경으로 다가온다. 호수의 우측 앞쪽에는 소가 누워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와우도로 불리우는 조그만 섬이 있는데 이 섬은 왜가리 집단 서식지로 유명하다. 그 앞으로 고요한 호수의 적막을 깨고 노니는 새들의 물장구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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