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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Apr 25. 2018

흥국사 약사전 언덕에서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8.4.26일자

외곽순환도로 송추IC를 빠져 나와 서울 방향으로 접어든다. 전면에는 북한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반갑게 펼쳐진다. 나지막한 경사로를 넘어 내리막길에 접어드니 탁트인 시야에 왼쪽의 북한산, 오른쪽의 노고산이 만들어 내는 골짜기 도로의 멋진 조망이 나를 기다린다. 스쳐 지나가는 우측의 노고산 예비군 훈련장을 보니 오래전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왔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경사로 끄트머리에 북한산성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오늘도 산에 오르려는 많은 등산객들이 진입로 초입부터 부산하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500m 가량 더 내려가니 우측에 ‘흥국사’라는 돌 팻말이 보인다. 좁은 2차로를 따라 주택가를 잠시 지나치니 곧 좌우로 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싼 숲길로 접어든다. 행정구역상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에 위치한 흥국사 입구에 도착하니 단아한 크기의 일주문이 나를 반긴다.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북한산에서 수행하다 북서쪽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이 노고산 자락에 암자를 지었다. 대사는 ‘상서로운 빛이 일어난 곳이라 앞으로 많은 성인들이 배출될 것이다’라고 하며 이 암자의 이름을 흥성암(興聖庵)이라 불렀다. 이후 조선 숙종 때 이 절을 다시 지었고 영조 때는 이 절의 약사불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고 하여 절 이름을 '흥국(興國)'으로 바꾸고 왕실의 원찰이 되었다 한다.  

일주문 옆으로 차를 대고 계단을 오른다. 계단 끝에는 사람 키 높이로 원형의 석조 출입구를 한 불이문(不二門)이 기다리고 있다. 상대적 개념의 모든 대상이 둘이 아니므로 한마음으로 수행하라는 뜻의 문이다. 불이문을 통과하니 ㄱ자 형태의 주택같은 건물이 눈앞에 다가온다. ‘대방’이라 불리워지는 이 건물은 염불 수행 공간과 누•승방•부엌 등의 부속공간을 함께 갖춘 복합 법당이다. 뒤쪽의 안마당 중앙에는 다포식의 팔작지붕을 한 약사전이 놓여 있다. 흥국사에는 대웅전이 없어 이 약사전이 주불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약사전 편액이 영조가 남긴 친필이란다.

이 약사전 뒤쪽 언덕에는 북한산을 바라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다. 그 가운데 놓여 있는 벤취에 앉아 멀리 바라다본다. 흥국사 지붕들 저 너머로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지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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